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9대 생활적폐의 하나로 '요양병원 비리'를 지목하면서 전국 요양병원계가 패닉이 빠졌다. 적폐청산 핵심은 사무장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요양병원이 그 대상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만 편집국장

정부는 수년전부터 비리의 온상인 사무장 병원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벌여왔다. 그럼에도 급여비용 편취나 자금 유용 등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사회적 병폐로 인식되면서 대통령까지 나서는 상황을 맞았다. 따라서 사무장병원의 퇴출은 국가와 국민은 물론 양질의 진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를 위해서도 반드시 퇴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적폐의 청산 대상이 잘못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달 문재인 대통령이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요양병원 비리를 9대 생활적폐로 규정하자 대중매체에서 앞 다퉈 요양병원을 마치 척결되어야 할 적폐로 보도했다.

이에 전국 1500여개 요양병원들은 한순간에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됐다. 요양병원계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너무 억울하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병원장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도 했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인해 전국 요양병원인들이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는 정부의 시책을 반대해서가 아니다. 모든 요양병원이 부정 기관으로 치부되고,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 병원장들은 환자들조차 떳떳이 대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하소연도 한다.

이들 요양병원인들이 억울해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의료법상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그의 명의로 병의원을 개설하거나 법인의 명의를 대여해 개설한 의료기관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무장병원이 요양병원계에도 있다해서 모든 요양병원을 적폐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

실제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경찰청의 ‘생활적폐 특별단속 결과를 보더라도 사무장병원의 형태는 요양병원 23개소, 한방병원 8개소, 그리고 기타 사무장병원이 55개소였다. 따라서 사무장병원 비리를 요양병원 비리로 적시한 것은 문제다.

특히 대통령의 말엔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앞서 요양병원계에서는 복지부에 용어 선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미 청와대에 보고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의 보다 신중한 처신이 아쉽다.

이젠 정부가 나서 전국 요양병원인들의 실추된 자존감을 바로 세워주어야 한다.

대다수 요양병원들은 지금껏 노인환자들의 케어를 위해 많은 기여를 해왔다. 내부적으로 문제점도 있었지만 수년전 장성 화재 사건 이후 일당 정액제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부의 지원 없이 화재 예방을 위한 스프링클러 설치, 감염예방을 위한 병상 간격 조정, 노인환자들의 인권향상에 까지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요양병원계 자체적으로 의료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사무장병원 퇴출을 위한 신고센터를 설치 운k면서 자정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앞으로 급증하고 있는 고령 환자들의 케어를 위해서는 요양병원의 역할은 커 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생활적폐로 지목된 사무장병원의 퇴출에는 적극 나서야겠지만 대다수 정직한 요양병원들이 억울함은 없는지, 그리고 자긍심을 갖고 노인케어에 전념 할 수 있게끔 적정수가 보전 등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요양병원계도 차제에 사무장병원으로 오인 받지 않도록 내부 자정 활동을 강화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