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패턴 자체가 변할 것…65세 이전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도 문제
진단 기술 발전로 MMSE 점수 미충족 발생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치매는 최근 10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이미 치매가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면, 최근에는 치매 치료를 조기에 해야 효과가 있다는 증거들이 발견됨에 따라 보다 조기의 치매환자나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약물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치매 약물은 증상악화의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들이었는데, 지금 개발 중이거나 연구 중인 약물들은 실제 치매 치료를 가능케 해주는 약제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의학신문 일간보사는 최근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사진>를 만나 최신 치매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젊은 나이에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 발생 추이는?

삼성서울병원 김희진 신경과 교수

노년기를 가르는 기준은 65세 인데, 65세 이전에 발생하는 치매를 ‘초로기 치매’라고 한다. 초로기 치매 중에도 퇴행성에 해당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의 경우, 노년에 발생하는 같은 유형의 치매보다 진행이 빠르고 증상이 심하게 와서 더 안타깝다. 초로기에 발병할 경우에는 기억력 장애, 이상행동증상, 언어장애, 길찾기 장애 등이 초기부터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예전에는 초로기 치매에 대한 인지가 거의 없었는데,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초로기 치매에 대한 인지가 조금 향상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젊은 연령에서의 치매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는 가상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50대에서의 발병은 꽤 많은 편이며, 30대에서도 굉장히 드물지만 존재한다.

초로기 치매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노년기에 발생하는 치매와 임상적 특징이 상당히 달라 뭔가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며,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초로기 치매의 아주 극히 일부는 가족형인 경우가 있고 PS1, PS2, APP가 원인유전인자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 위험 유전인자인 아포이 e4 (APOE e4) 가 관여하기도 하고, 이 외에도 여러 유전인자가 관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치매 관련해 최근 연구가 있다면?

최근 10년 간 기술이 많이 발전해 치매를 조기 발견하면 증상 진행을 미룰 수 있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올바른 생활습관과 운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Lancet에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치매 예방을 위해 생애주기별로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지가 나와있다.

연구에 따르면 생애 초년기에는 교육, 중년기에는 고혈압, 당뇨, 체중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식사 조절은 전 생애에 걸쳐 모두 중요하다. 또한 청력이 치매와 연관성이 크다는 연구가 등장함에 따라, 청력이 떨어지면 빨리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청력은 소통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치매 약물 옵션은?

지금 나와 있는 약들은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춘다는 증거가 있는 약제들이며, 총 4가지가 있다. 아리셉트,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메만틴이다.

메만틴 외에는 기전이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즈 억제제로 모두 동일하다. 이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 식약처 기준에 의하면 빨리 복용을 시작하고 싶어도 복용하지 못할 수 있다. MMSE 점수가 26점 이하가 되어야 이러한 약물을 급여 처방할 수 있는데, 치매를 조기발견 하더라도 MMSE 점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처방이 어렵다.

진단 기술의 발달로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서 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된 상태인 환자를 발견하게 될 수 있는데, 그 단계의 환자는 식약처 기준대로 한다면 아직 약물 처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치매 진단을 내릴 때 환자들의 반응 어떠한가? 환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교수님만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있다면?

진단을 내리는 환자의 연령이나 상태에 맞춰 설명을 한다. 만약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50대인데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양상이 너무나 확연하다면 정확하게 현재 상황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그 분을 위한 것이다.

적극적인 약물치료, 생활 습관 개선, 임상 참여 등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적나라하게 설명하여 앞으로의 변화에 대비하고, 상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린다.

◆10년 뒤 치매 치료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시는지?

지난 10년 간 변화한 것보다 더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0~15년 뒤에는 진료 패턴 자체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때가 되면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 등장할 것이다. 혈액으로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을 진단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이 외의 다양한 위험 유전인자를 확인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앞으로는 컴퓨터를 통해 30분 이내로 간편하고 간소화된 형식으로 제공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등장하면 진단키트와 컴퓨터를 통해 간소화된 검사를 받고, 이 결과에 따라 병원을 방문해 MRI, PET 등의 정밀검사를 받는 프로세스로 변하지 않을까 한다.

◆치매 정복도 가능한 날이 올까?

삼성서울병원 김희진 신경과 교수

치매 정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목표와 앞서 말씀드린 대부분의 것들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해당되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용어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수준에 대해서만 알츠하이머병으로 일컬었다. 그러나 진단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경도인지장애 수준이거나 심지어 인지기능이 정상이어도 알츠하이머 병리(아밀로이드, 타우 단백) 가 발견되면 ‘경도인지장애’여도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라고 부른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병리를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단계로 진단 받았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치료제가 등장할 거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관리하는 것이 좋다.

◆현 시점에서 제약사나 병원 등 치매 환자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부분은?

가장 필요한 것은 신약 개발이다. 모두가 치매 치료제 개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

치매는 ‘진인사대천명’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는 ▲진땀나게 운동하라, ▲인정사정없이 담배를 끊는다, ▲사회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라, ▲대뇌활동인 독서, 퍼즐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라, ▲천박하게 술마시지 말라,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라는 6가지 치매 예방 수칙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인지기능 저하가 확인된 분들은 병원에 와서 상담과 치료를 받기를 권하며, 아직 치매 증상이 없는 분들은 ‘진인사대천명’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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