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원하는 약사사회 표심, 이번선거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약국-제약-유통 각 단체 수장들 친분, 케미 나올까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올해 하반기 약사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대한약사회 선거가 지난 13일 김대업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정상적인 약사회를 천명한 김대업 후보는 개표 내내 우위를 점하며 최광훈 후보를 따돌리고 대한약사회장으로 당선됐다.

대한약사회

이번 선거에서 김대업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약사회원들의 반중앙대-반집행부 정서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지난 12년간 약사회 회무를 주도했던 중앙대에 대해 약사사회가 사실상 심판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 집행부는 최근 정부의 약대 신설관련 논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관업무 역시 도마에 오르는 등 현 집행부에 대한 심판론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만성질환관리제도나 커뮤니티케어 등 정부의 굵직한 사업에서 약사직능이 배제되면서 회원들의 박탈감이 표심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약 선거에서도 중앙대 양덕숙 후보가 한동주 후보에게 패배하며 고배를 마셨다. 당초 우세할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시약 선거에서도 패배하면서 중앙대는 이번 선거에서 대약을 포함해 전국 각 지부의 경선에서 단 한 곳도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회원들의 기대를 받고 출범하게 될 김대업 집행부의 어깨도 가볍지만은 않다. 대관업무부터 시작해서 한약사 일반약 판매금지문제, 전성분표시제에 따른 반품과 소포장 문제, 편의점상비약 문제, 약대 신설 문제 등 다른 직능단체들과 정부의 관계기관과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업 당선자도 당선증을 받는 자리에서 차기 집행부를 조속히 궤도에 올릴 것을 강조했다. 김 당선자는 “소통하는 약사회, 정직한 약사회를 만들겠다. 회원들이 '약사회가 일하고 있다, 바뀌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공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며 “임기를 시작하는데 있어 필요한 여러 준비를 위해 빠른 시간 안에 책임회무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현황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바 있다.

약국-제약-유통 커넥션 눈길, 시너지 기대

이번 약사회 선거를 통해 김대업 후보가 당선되면서 최근 제약바이오협회에 원희목 회장이 다시 취임한 것과 관련해 약사회원들의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월에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조선혜 지오영 대표와 함께 약국-제약-유통,약업 단체 간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는 것.

왼쪽부터 김대업 당선자, 원희목 회장, 조선혜 회장

특히 원희목 회장과 김대업 당선자는 90년대 한약분쟁 당시부터 알던 사이로 친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당시 대한약사회 김희중 회장의 집행부에서 같이 일을 했고 이후 원희목 회장이 대약회장으로 당선되면서 김대업 당선인을 이사로 발탁해 회무를 함께 진행했다. 또한 조선혜 회장 역시 원희목 대한약사회장 시절 제약유통분야 상임이사로 일한 바 있어 세 회장이 서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이에 약사사회에서는 세 단체들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약업계 현안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내년부터 전성분표시제의 본격적인 시행 이후 늘어날 반품 의약품에 대해 약국과 유통업체, 그리고 제약사들의 이견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대업 당선자도 약국 불용재고 의약품 문제해결을 핵심공약으로 분류하고 임기 중에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수장으로서 각 단체를 대표해야하기에 뚜렷하게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점과 소통의 경험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조선혜 회장은 지난 7월 대한약사회관에서 조찬휘 회장과 간담회를 통해 불용재고약 해결을 위해 반품정책 문제를 논의하고 일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다국적제약사에 대해서 공동대응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어 내년 구성될 김대업 집행부와의 케미도 기대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 등 대관업무를 비롯해 한약사 문제나 일반명 처방 등 다른 직능단체들과도 험난한 조율을 앞둔 김대업 당선자에게 ‘동지’였던 제약협회의 원희목 회장과 도매협회의 조선혜 회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많은 약사회원들의 기대대로 약국-제약-도매의 각 단체가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파트너쉽을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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