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병원 김범규 교수, 복강경 괄약근간 절제술 치료방법 등 소개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1. 46세 직장인 김모씨는 치핵에 의한 항문 출혈이 있어 병원을 방문해 진찰을 받은 결과, 상당히 진행된 암 덩어리가 항문 바로 위에서 만져지는 ‘직장암’으로 진단됐다. 김씨의 직장암은 항문에 매우 가까이 위치해 있어 항문을 살리는 수술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처럼 직장암이 진단된 환자들의 일부는 수술을 앞두고 항문을 보존할 수 있을지 가장 크게 걱정하는 한편, 우리나라는 사회 통념상 인공 항문 설치를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직장암 수술 시 난항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앙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범규 교수는 17일 직장암 환자의 수술시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최신 치료방법을 소개했다.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범규 교수가 진료하고 있는 모습

대장은 항문에서 약 15cm 이내의 곧게 뻗은 부위인 직장과 그 외 부위인 결장으로 나뉘는데, 직장은 배변 시 대변을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 결장암과 달리 직장암으로 수술 받는 경우 항문과 가깝기 때문에 그와 연관된 증상인 대변이 가늘어지거나, 잔변감, 혈변, 점액성 대변 등 배변기능에 변화가 올 수 있어 수술 시 기능적인 면과 근본적인 치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김범규 교수는 “과거 직장암 수술이 많지 않았던 때에는 직장의 하부에 암이 발생하면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복부와 회음부를 절개한 후, 항문을 포함한 직장의 일부 국소적인 림프절까지 절제하는 복회음절제술을 무조건적으로 시행해 환자는 영구적인 인공항문를 가지고 살아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 기술의 발전과 보조 항암 약물치료, 방사선 치료의 발달로 점차 항문에 가까운 암도 일정거리만 확보되면 괄약근을 살리면서도 복회음절제와 동일한 치료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김범규 교수의 강조사항이다.

실제로 최근 직장암의 표준 치료는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다.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는 약 5~6주간 시행하게 되는데 이러한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의 장점은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로 주변의 암세포를 먼저 제거해 수술 부위에 발생하는 재발인 국소재발률을 줄여주고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로 암 조직의 크기를 줄이거나 병기를 낮춰 항문을 보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 이후 약 8주간의 안정기를 지내고 수술을 시행하게 되는데 이때의 수술 방법은 복강경, 개복, 로봇수술을 이용하여 시행하게 되며 환자 및 직장암의 진행 상태에 따라 적절히 선택된다.

과거 항문에서 가까운 직장암의 대부분 환자들은 항문을 제거하는 복회음절제술을 주로 시행했는데 이 수술법은 항문 괄약근을 모두 제거하고 아랫배에 영구적으로 인공항문(장루)을 만들어 배변을 하게 되는 방법으로 환자의 미용적 측면과, 삶의 질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술방법인 것.

하지만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의 역할과 다양한 최신 수술 방법 등의 도입으로 점점 항문을 보존하는 보존술식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중앙대병원 자료에 따르면 중, 하부 직장암에서 복회음절제술의 시행 비율이 34.8%에서 7.4%로 감소했으며 국내의 또 다른 연구결과에서도 암 종양이 항문에서 3~4cm 이내에 위치한 ‘하부 직장암’ 환자에 대해 항문기능을 유지하는 복강경 괄약근간 절제술을 실시해 항문 보존율이 95% 이상 높아져 우리나라의 경우 중/하부 직장암에서 수술 항암-방사선 치료 이후 복강경 수술의 안정성이 증명되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개복수술과 비교하여 복강경 수술은 절개부위가 작아 미용적 측면과 함께 수술 후 통증이 적고 그로 인해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복강경 괄약근간 절제술’은 항문을 통해 외괄약근을 보존하고 암 종양만을 선별적으로 제거하여 항문 기능을 보존하여 항문을 살릴 수 있는 수술 방법으로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다.

김범규 교수는 “개복 수술을 할 당시에는 배뇨 기능을 보존하면서 수술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을 시행하면서 수술 시야가 7~10배 확대돼 출혈이 거의 없이 자율신경 보존이 용이해져 항문 괄약근까지 충분히 확인 가능해 괄약근 보존도 용이해져 항문에 아주 근접한 경우라도 항문 보존이 가능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또한 최근에는 하부직장암의 경우라도 1cm 이상 하방으로 종양이 확장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안전 경계를 1cm로 해 항문까지 확장된 종양이 위치하더라도 괄약근을 침범하지 않고 대장과 연결할 수 있는 항문이 확보된다면 괄약근간 절제술 및 대장-항문 문합술을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항문 문합술은 항문에서 직장암까지의 거리가 가깝다면 직장 전체를 절제하고 결장과 항문 사이를 연결해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로봇수술의 경우 복강경 수술과 달리 자유롭게 관절이 움직이며(540도 회전) 수술을 하고 3D 화면을 통해 정밀하게 복강 내 조직을 관찰할 수 있고 여러 개의 로봇팔을 수술자 혼자 조작해 수술자가 더욱 편안한 수술을 시행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개복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에 비해 하부 직장암 환자에서 접근성이 대단히 용이하고 신경 손상이나 혈관 손상 등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것,

김범규 교수는 “로봇수술은 다른 수술법에 비해 회복 속도가 빠르고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됐는데 수술 중 출혈과 수혈 여부, 수술 부위 감염, 수술 후 소변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비율도 낮으며 더욱 정확하게 암 조직을 제거할 수 있고 통증도 가장 적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하지만 로봇수술의 경우 아직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비싼 단점이 있지만 향후 건강 보험이 적용되거나 실비 보험 확대 등이 실행된다면 로봇수술의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초기 직장암은 항문으로 복강경 기구를 넣어 직장암이 생긴 부위를 포함한 직장 전 층과 일부 림프절을 절제하고 봉합하는 ‘항문 경유 내시경 미세절제술’을 통해 항문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 김 교수이다.

김범규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직장암은 항문을 살리기 어렵다는 고정관념과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복강경 및 로봇 수술과 같은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과거와 달리 직장암 환자에서 항문을 보존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