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문화가 발전하면서 일식을 즐기는 식도락가들이 많다. 그리고 일식당에서는 으레 사케를 반주로 곁들이는 경우 또한 빈번하다. 일본술의 대명사라고 하는 ‘사케’. 그러나 사케가 어떤 술인지, 정확히 알고 즐기는 애주가는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상당수는 ‘일식=사케’라는 등식으로 무심코 마시는 것은 아닌지 싶다. 본지는 독자들에게 문화적인 소재로서 여유와 휴식 그리고 생활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이번부터 ‘사케는 과연 어떤 술인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사케에 묻고, 사케가 답하다’는 주제로 시리즈를 마련했다. 앞으로 약 30회에 걸쳐 연재를 기획하는 본란은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배종우 교수가 사케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독자 여러분을 맞이할 계획이다. 필자 배종우 교수는 일본에서 오랜 기간 유학한 인연으로 사케에 관한 남다른 지식을 쌓아왔으며, 특히 일본협회가 발행하는 국제 키키자케시(사케 소물리리에) 자격증을 획득했을 만큼 사케에 대한 조예가 깊다. ‘의사 키키자케시’가 본란을 통해 풀어 나갈 사케 이야기에 애독자 여러분의 열독과 관심을 기대한다.

일본 아마부키 양조장 토우지(장인)와 함께

[의학신문·일간보사] 소아청소년과 의사인 필자가 오래 전에 일본에서 소아과학(신생아학)에 대한 연수를 한 계기로 해서, 그동안 나의 여권에 일본 스템프가 160개 정도 찍힐 정도로 학회 참석이나 여행으로 일본에 갈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일본 여러 곳 방문에서 사케(日本酒)도 많이 접했었다. 하지만 수 천 가지 이상의 일본 사케 중에서, 사케의 분류나 종류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채… 가령 준마이다이긴조(純米大吟醸)가 가장 좋고 비싼 술이라는 잘못되고 무식한 생각인 상태에서 무심결에 사케를 마셨었다.

그런데 그 것이 아니었다. 2014년 서울의 조그만 일식당에서 나는 큰 발견을 했었고,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 이 식당의 주방장겸 주인의 이름이 적힌 키키자케시(唎酒師)라는 자격증을 본 것이다. 이는 와인 소믈리에처럼 사케를 전문으로 하는 사케 소믈리에를 뜻하는 자격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코스가 있는지를 알아보았고, 숭실대학교 문화교육센터에 이 과정이 있어서 6개월의 교육과 실습을 마치고 자격시험을 통과해서, 일본협회가 발행하는 국제 키키자케시 자격증을 2015년 1월에 획득하였다.

이 수업의 과정에서,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 술의 종류와 분류 등 전반적인 술의 총론에 관한 내용을 습득하는 기초를 마치고, 구체적으로 사케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배우고, 실제 실습을 통해 얻은 경험은 나에게 큰 소득이었다. 가령 발효주, 증류주의 방법, 라거 맥주와 에일 맥주의 차이점, 사케의 분류 등등…. 여러 범위의 생소한 것들이 나의 지식으로 전해오는 매우 재미있고 유익한 과정이었다.

이후, 술에 대한 전반적인 정리를 하고픈 욕심이 생겨, 친구들이 모여서 운영하는 카톡 그룹에 한 가지씩 소개를 시작하다보니, 100개가 넘는 ‘배씨가 꾸미는 술 모노가다리’가 정리되었다. 이 중에서 사케 부분만 정리해서 이 연재를 시작한다. 내용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한번 정리를 하고보니 사케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되어서, 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부해본다.

나도 술을 좋아하고, 그래서 자주 술자리가 있다. 이제는 술에 대한 내용을 알고, 특히 사케를 마시는 날에는 같이 마시는 이들에게 사케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마시는 사케가 어떤 종류이며, 어떤 맛과 향을 가지는 것인가를 설명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내가 한 일에 대한 자부심도 갖는다.

이번 정리는 아직 미완성 상태이다. 더 공부하고 실습해서, 이 연재의 버전을 보완하는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우선 여기에 소개하는 내용들이 여러분들에게 사케를 이해하는데 조그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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