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인구 감소함에도 선진국 대비 사용량 높아…체계적인 혈액 수급 전략 필요성 대두
과도한·부적절한 수혈 되려 부정적 영향 끼쳐…국민 눈높이 맞춘 수혈관리체계 구축 시급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혈액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 개념이 점차 강조되면서 수혈의 적절 활용을 위한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이하 PBM)’가 호주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선진국 대비 인구당 혈액사용량이 많아 중장기 수급 안정을 위한 사용량 적정 관리가 시급한 국내에서도 ‘PBM’에 대한 이해 확산과 체계적인 수혈관리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모양새이다.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회장 엄태현, 인제대 백병원)는 지난 15일 오후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제4차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저출산·고령화·현혈인구 감소 등 불안정한 혈액 수급 현실 속 환자혈액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환자혈액관리(PBM)’란 환자에게 혈액이 부족할 경우, 수혈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최선의 치료 전략을 다학제적으로 접근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환자 중심의 PBM은 환자에게 수혈을 최소화하고 의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함으로써 수혈에 따르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혈액공급 부족문제의 대응방안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혈액관리학회는 호주를 비롯해 선진국에서 ‘PBM’은 이미 정착화 됐거나 시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엄태현 회장은 “미국은 지난 2001년 SABM가 설립되면서 혁신적인 PBM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 결과가 나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의료진을 교육하고 국민 계몽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 회장은 이어 “영국에서는 2003년 Royal Cornwall Hospital 에서 PBM을 시작했고 현재 국민건강보험(NHS)에 PBM 제도를 도입해 수술 전 빈혈 평가를 하고 교정 후에 수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김경환 재무이사(서울대학교병원), 엄태현 회장(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김영우 고문(국립안센터), James Isbister 교수(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정재 고문(순천향대 서울병원).

실제로 이날 학회에 참석한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James Isbister 교수는 과도한 수혈과 적절하지 않은 수혈은 오히려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Isbister 교수는 “수혈이 갖는 위험성을 인지함과 동시에 귀중한 자원이기 때문에 잘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환자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환자혈액관리의 개념”이라며 “지난해 호주의 PBM 데이터를 보면 재원기간, 수술후 합병증, 사망률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난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즉, 수혈은 다른 사람의 혈액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이식과 똑같으며 이에 장기적으로 환자의 몸에 끼치는 영향이 좋지만은 아닐 것이라는게 Isbister 교수의 설명이다.

환자혈액관리학회의 고문들도 PBM은 무수혈과는 다른 의미임을 강조했다. 수혈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영우 고문(국립암센터)은 “혈액은 약과 다르다. 일종의 기부로 이뤄지는 것이 헌혈인데 그만큼 소중한 자원이라는 뜻”이라며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써야하고 이를 위해 최소한의 사용과 안전 사용에 의사와 환자들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재 고문(순천향대 서울병원) 또한 “수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환자 스스로가 부족한 혈액을 보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환자혈액관리이고 외과, 내과, 마취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여러과 의사들이 협업해 치료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라고 언급했다.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엄태현 회장

아울러 PBM의 중요성과 선진국에서 나온 연구들에 대해 알리고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중장기 혈액수급 안정 기반 마련 △혈액 사용 적정 관리 △국민에 맞춘 수혈관리체계 구축 △미래 수요대비 지속가능성 확보 등을 요구한 환자혈액관리학회이다.

엄태현 회장은 “성공적인 환자혈액관리 제도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수혈 적정성에 대한 적극적인 질 관리가 병행돼야 하고 환자 혈액관리를 위한 치료법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의료진과 국민, 행정부 모두가 PBM을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엄 회장은 이어 “과다한 수혈은 기대했던 효과를 보이기는커면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환자중심의 혈액관리가 치료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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