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의원부터 공공의료기관까지 의료기기업체 직원 수술 개입 밝혀져
처벌 강화-자율징계 VS 예방 차원 CCTV 설치 두고 의료계 환자단체 대립각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지난해 성형외과의 유령수술이 크게 논란이 됐다면 올해는 정형외과의원이나 공공의료기관에서 벌어진 대리수술이 화두가 됐다.

유령수술과 대리수술은 집도의가 아닌 다른 의사나 혹은 의사면허가 없는 자가 환자와 약속 없이 대신 수술을 진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경기도의료원 수술방에 설치된 CCTV 화면

올해 대리수술이 수면 위에 올라온 것은 지난 9월 부산시 소재 정형외과의원에서 의사가 아닌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대신 수술을 해 환자가 뇌사에 빠지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특히 국가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에서조차 의료기기업체 관계자가 수술에 직접 참여한 정황도 밝혀지면서 대리수술의 심각성과 국민들의 불안감은 확산됐다.

이같이 의료기기업체 직원 등 무면허자들의 직접적인 수술 개입으로 번진 대리수술 논란은 진료보조인력(PA, Physician Assistant)의 문제점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나 환자단체, 국회, 지자체는 수술방 CCTV 설치 법제화, 보조인력의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처벌 강화, 의사의 자율징계권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해결방안 방법론에서 이견을 보이며, 현재까지 계속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다만 사회적으로 요구가 높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쪽으로 분위기가 쏠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의료계에서는 대리수술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정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의사들이 스스로 징계할 수 있는 자율면허관리기구 설치를 대응책으로 내놨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대표단체는 지난 10월 10일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이 암암리에 이뤄져 온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깊이 사과한다”라며 “환부를 도려내는 단호한 심정으로 무관용 원칙의 엄격한 자정활동을 통해 동일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공동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이날 최대집 의협회장은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불법행위로 정의하고, 뿌리 뽑기 위해 행정처분 면제나 신변 보호를 통한 ‘내부자 고발’을 적극 활성화하겠다”라며 “의료계 스스로 강도 높은 자정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의협에 강력하고 실질적인 징계 권한을 부여해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환자단체에서는 결과에 따른 처벌 강화보다는 사전 예방하고, 불법행위의 근거를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수술방 CCTV 설치 법제화’를 요구한 것.

게다가 경기도에서는 지난 9월 도민들의 요구에 따라 산하 의료원 수술방에 CCTV를 설치하고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확대 계획까지 발표하자 의료계에서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의료계 측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지난 10월 열린 토론회에는 이재명 지사는 물론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과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가 참여했는데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서로의 주장만 펼치면서 합의점을 이루지 못한 채 끝났다.

의료계가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대리수술에 대한 처벌은 공감하나 해결책으로 CCTV를 설치를 법제화한다면 모든 의료인이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돼 오리혀 의료현장에서 큰 혼란과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집도의사와 수술보조인력인 의료진들의 모든 상황을 감시받는 데 따른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도 수술 부위와 질병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등 프라이버시 침해도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환자단체는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까지 벌이며 ‘감시용 카메라’가 아닌 범죄 예방 목적의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자단체는 지난 11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의 학술 혹은 교육 목적의 수술실 촬영은 허용하고 일반적인 수술 촬영은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처럼 의식돼 수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등 대리수술 방지에 대한 문제는 의료계와 환자단체간 입장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만큼 내년까지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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