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진단과 치료법 등 결정, 정확도 중요…국가 장기 계획으로 일관적 데이터 축적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국제적으로 체외진단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의료기기들이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해 국내에서도 체외진단용 시약 및 기기 제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개편은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으로 추진될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체외진단기기는 일반 의료기기와 달리 직접적인 질병 치료가 아닌 진단 목적으로 사용되며, 혈액·조직·체액 등의 검체를 통해 진단이 이뤄진다. 최근 건강관리 트렌드가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되고, 인구 고령화와 신종 감염병 등이 발견되며 체외진단 기기의 성장이 기대되며 급속히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대 상황을 반영해 규제를 완화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지난 10월 31일 식약처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생략하고 체외진단기기 변경허가 심사를 대폭 간소화하겠다고 발표하며 체외진단업체 제품의 조기 시장 진출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신속 승인절차 정책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신의료기술평가를 사전에서 사후평가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체외진단기기의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로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바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2016년 이후 체외진단의료기기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한 체외진단의료기기 229건 중 42.3%(97건)만 평가를 통과했으며 21.8%(50건)은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았거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엔 연구결과가 부족해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안정성과 정확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부족한 제품을 사용할 경우 환자의 불필요한 검사가 반복되고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게 된다.

국제적으로도 별도 규제 체계를 통해 관리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체외진단 제품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 심사 기준 및 절차와 법적 근거, 충분한 임상 데이터 그리고 국제적 인증 필요하다.

더더욱 국가기관에서 진행하는 검진은 정확도와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을 통해 실시돼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등은 공인된 국가기관에서 검증받은 정확도가 높은 기기로 검진을 진행해 국민 신뢰도를 높이고 검진율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오고 있다.

이처럼 정부에서 주도하는 국가사업의 경우 일관성 있는 데이터 축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연속성 있게 검사돼야 한다.

특히 ‘결핵안심 국가사업’과 같은 정부에서 주도하는 국가사업의 경우 데이터를 연구·분석 하게 될 경우 기존에 사용하는 제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동일한 제품으로 최소 5년의 장기적 계획을 갖고 일관성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며, 확보된 데이터는 추후 국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가 보건 연구와 정책에 반영되게 된다.

하지만 시장 완화라는 미명하에 제품 선택에 대한 기준 또한 규제가 무조건적으로 완화되면 혈세를 낭비할 수 있고, 검진에 대한 신뢰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환자의 진단과 치료법 및 사후 관리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해당 기술의 정확도는 매우 중요하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신뢰성 높은 제품으로 검진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의료기기 제품은 이익과 위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 완화는 실행돼서는 안 되며, 항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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