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15조’ 근거 의료인 폭행 및 폭언 등에 법적 보호 필요
‘녹지국제병원 외국인만 진료 허용’은 현행 의료법에 저촉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현행 ‘의료법 15조’를 잣대로 진료 거부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제주 영리병원 설립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목청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의협은 연이어 응급실 내에서 발생하는 폭행이나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따른 의사들의 구속 사태를 이유로 안정적인 진료환경 구축을 위해 의사들의 ‘진료 거부권’ 보장을 위한 입법을 요구 중이다.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들의 폭언이나 폭행에 대해 의사들도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없는 만큼 진료거부의 정당성을 법으로 보호 받겠다는 논리다.

지난 7월 전북 익산병원 응급실에서는 술에 취한 환자가 의사를 폭행해 피해자는 현재 뇌진탕, 목뼈 염좌, 코뼈 골절, 치아 골절로 치료를 받았다.

의협은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허가한 것도 ‘의료법 15조’를 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혹시라도 녹지국제병원에 응급상황으로 내국인이 내원한다면 현행 의료법 상 병원 측에서는 진료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협은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의료법 15조’를 잣대로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료법 15조’에는 어떠한 규정이 담겨 있을까.

현행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에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의료인은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치를 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의료인이 이를 어길 시에는 의료법 제89조(벌칙)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의협 김해영 법제이사는 의료계가 지적하고 있는 이 두 가지 사안이 ‘의료법 15조’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선 김 법제이사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상황에서는 진료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이를 제외한 경우 환자가 의료진에게 폭언, 폭행, 성추행 등 위협을 가한다면 의사가 진료를 못하겠다고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의료법 15조’만 보면 이러한 상황에도 환자가 신고하면 의사가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법제이사에 따르면 법원 판결은 아니지만 유권해석 상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는 케이스가 있다.

즉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의사들이 진료의 유무를 선택할 수 있는 유권해석을 법적으로 명확화하자는 것이 의협 측 주장이다.

김 법제이사는 “의협이 주장하는 것은 단순하게 환자를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진이 폭행이나 욕설, 모독 등에 대해 벗어날 길을 열어주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법제이사는 최근 국내 최초로 개설이 허가된 제주도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서도 “허가 조건 자체가 법에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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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법제이사는 “녹지국제병원이 개설 허가 조건으로 내건 내국인 환자 진료 금지는 사실상 의료법 15조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라며 “특구법에도 이러한 규정은 없는데 제주지사는 마음대로 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조건을 붙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더 큰 문제는 분명히 녹지국제병원에서 진료를 원하는 내국민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설령 내국인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건강보험자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와 국회, 지자체에서 의협이 주장하는 진료 거부 법적 규정과 영리병원 개설 반대 의견을 수렴할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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