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인 내 가족처럼 사랑의 인술로 진료…현지 의사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김재왕 경북의사회 의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인도차이나 반도에 위치한 캄보디아. 캄보디아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앙코르와트를 품은 나라로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의 수많은 다문화 가정의 친정 국가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나라는 20세기 최악의 비극적 사건이라 할 수 있는 킬링필드를 겪으면서 의료 인력을 잃어 프놈펜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의 의료 여건이 무척 열악하여 주민들이 자기의 질병을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오랫동안 고통 받으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슴 아픈 상처를 안고 있는 캄보디아의 의료 발전을 위해 경상북도 의사회는 매년 여름이면 캄보디아를 찾아 해외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의료봉사는 5박 6일의 활동 기간 동안 수천 명의 환자를 진료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캄보디아의 의료 수준이 근본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그곳의 의사들을 초청해 연수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벌써 5명의 캄보디아 의사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하고 돌아가 자신의 조국에서 역량을 펼치고 있다.

또한 경상북도 의료봉사단은 단기간에 치료를 끝낼 수 없는 중증 만성 질환자의 관리에도 소홀하지 않는데, 올해 7월 의료봉사 현장을 찾았던 호엠 시 인(Hoem Sy Inn, 1976년생) 씨도 그런 환자이다.

그녀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오랜 시간 고통에 시달려 왔으나 캄보디아의 낙후된 의료체계와 개인적인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신의 병명도 모른 채 오로지 고통을 참고 인내하는 생활을 이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 한국의 의료진이 자신의 거주지 근처에서 캄보디아 국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생의 마지막 희망을 걸고 봉사단을 찾았다.

호엠 시 인 씨를 진료한 나와 권준영 원장( 안동, 권내과의원)은 해외 의료봉사의 특성상 혈액검사 장비의 미비로 확진은 힘들었지만 이학적 검사와 초음파 검사, 그리고 그간의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앓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의료봉사차 캄보디아를 방문해 현지 의사 맨판하 씨(왼쪽)와 환자 진료에 대해 상담하는 모습.

그러나 봉사단은 미처 갑상선 질환 관련 약물을 준비해가지 못했고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더욱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현지 사정상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고, 의료진은 그녀를 남겨두고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안타까워하던 두 원장은 귀국하자마자 신속하게 치료약을 현지로 보내 투여하게 하였다.

또한 지난 2016년 경상북도의사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 연수 교육을 받고 돌아가 그 지역 주립의료원의 내과의로 근무 중인 초우 포니나(Chou Ponina) 씨를 통해 진료와 경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호엠 시 인 씨는 병세가 극적으로 호전되어 자녀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되찾았다.

또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병의 특성상 나중에도 언제나 재발의 가능성이 있어 꾸준한 치료, 관리가 필요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 홀로 미취학 자녀 4명을 키우며 고된 삶을 지탱하고 있어 지속적인 치료에 어려움이 있음을 감안하여 매달 200불을 생활비로 지원하고 있고, 내년에도 다시 방문하여 그녀의 상태를 살필 계획이다.

경상북도의사회는 매회 수천 명의 환자를 진료하며 수천 가지의 고통과 싸우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 고통은 한 두 번의 진료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많은 인원을 진료하는 것 못지않게 중증 만성 질환자 한 명이라도 외면하지 않고 같은 무게로 보살필 때 그들의 고통을 어느 정도 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 하겠다.

또한 이것이 바로 ‘내 가족처럼 사랑의 인술로 진료하겠습니다.’라는 초기 경상북도의사회의 봉사 슬로건을 지키는 길이며, 캄보디아인을 건강한 생활로 이끄는 길이라 할 것이다.<김재왕내과의원 원장, 전 경북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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