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전공의 과정은 진정한 의사가 되기 위한 중요한 여정이다. 임상적 전문 지식을 쌓아가며 의사로서 가져야할 지혜를 터득해 간다. 또한 그들 자신에 대하여 자아를 알아나가는 진정성을 향한 과정이기도 하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을 도울 수는 있다. 이러한 여정은 외부의 여러 환경에 둘러싸여 일어나지만 사실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일어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진정성을 향한 여정은 전공의나 교수진만이 가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의사들도 같은 여정을 가고 있다. 전문직으로서 의료와 관련된 모든 상황에 대한 통찰력과 전문가다운 역량을 높여간다. 의사의 이익에 앞서 환자와 공익을 먼저 챙기는 것, 또한 창의성을 높이고 좋은 결과를 내도록 행동하는 것,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 등이다. 우리에게 진정성이란 동사이지 명사가 아니다. 이것은 휴식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며, 방심하지 않고 항상 깨어 있을 것을 요구한다. 전공의가 자신이 치료하는 환자에게 정직한 도덕적 행위자로서 행동할 수 있도록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도와주어야 한다.

전공의는 두 가지 근본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며, 또한 바보처럼 보이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어떻게 하면 이런 두려움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 진정한 의사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전공의 감정 존중 교육환경 필요

첫째, 전공의의 감정을 존중해 주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 현재의 시스템은 전공의는 배우는 사람이지 피고용인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전공의 1년차 기간은 지식이나 술기가 당연히 부족한 시기다. 지식과 경험이 적기에 당연히 이들이 가지는 불안감은 상당하다. 윗 년차나 지도교수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기이다. 전공의의 실수나 부족한 점이 발견됐을 때에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주고 알려주는 것이 꼭 필요한 교육과정이다. 이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회진이나 복도 등에서 일어나는 비정규 교육과정이다. 환자들 앞에서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지적행위는 절대 삼가 야 한다.

전문직이 지켜야 할 윤리 중 하나가 교육자와 피교육자간의 윤리이다. 피교육자는 교수에게 신뢰를 가지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진지한 수련자세를 가져야 하고, 교수는 전공의의 감정을 존중해 주는 지도방법을 가져야 한다. 간혹 가르침의 도를 넘어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일탈된 교수들의 행동은 절대 좋은 후배 의사를 만들어 내지 못 한다. 무섭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전공의의 감정을 존중해 주는 내면을 울리는 가르침이 필요한 시기이다. 좋은 선생은 많은 지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지식에 관심을 가지도록 감동을 주는 사람이 좋은 선생이다.

둘째, 인간의 선한 본성에 맞춰서 일할 수 있도록 능력 키워주어야 한다. 훌륭한 양심을 가진 젊은 의사가 자신의 양심을 믿지 못하도록 가르치는 비뚤어진 목표는 새로운 교육 디자인이 될 수 없다. 전공의 과정은 전공의들이 좋은 의사가 되고자하는 선한 본성에 맞추어 발전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은 지성과 의지 그리고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전공의와 모든 의사는 지성, 의지 그리고 상상력이라는 세 가지 능력이 있다. 이 세 가지 능력은 전문직업성의 목표와 자연스럽게 맞추어 조정되어 있다. 지성의 목적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고, 의지의 목적은 이로움을 위함이고, 상상력은 아름다움을 위해서다.

‘환자 이익 우선’ 판단토록 도와야

전공의가 진실을 통찰력 있게 잘 말하고, 환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도덕적 행위자로 행동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환자가 놓여 있는 특정 상황에 맞추어 임상적 판단을 내리는 경험을 체계화할 수 있도록 틀을 제공해 주어야한다. 그 틀 안에서 전공의는 결국 진실에 대하여 통찰력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이익보다는 환자의 이익을 우선하게 된다. 이러한 틀은 교육 분위기로 이해하면 쉽게 다가온다. 전공의가 자신의 선한 본성이 교육 분위기에 자연스럽고 자신있게 표현되도록 전공의를 신뢰해주고 격려해 주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렇게 될 때 환자를 향한 측은지심과 공감능력이 충만한 진정한 의사로 성장해 간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을 어떻게 교육 프로그램에 탑재할 수 있을까? 이것은 프로그램 책임자와 교수진과 적극적으로 헌신하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이 먼저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육성할 때 시작된다. 진정한 자아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것은 거짓된 자신의 모습과 반대되는 개념이라 생각하면 된다. 세상에 자신의 일부분만을 보여주는 것은 흔한 일이다. 우리는 실제 나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몸에 걸친다. 이것은 우리가 외부 세계와 상대하기 쉽게 만든다. 이것은 일종의 호신용 가면이다. 이러한 접근에는 문제가 있다. 환자는 의사가 지식이나 머리 또는 술기로만 접근하지 않고 가슴으로 다가갈 때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 마찬가지로 전공의도 교수를 따라하면서 익히고 만일 그들의 멘토가 지식 이상의 것들을 보여줄 때 그들은 좀 더 완벽하게 되고 더불어 교수진도 발전한다.

잠재력 이끌어 내는 교육 제공해야

전공의의 숨은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통찰력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들의 순수하고 착한 본성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면서, 전문 지식과 이에 필요한 지혜를 쌓아 가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전공의의 내면을 울리는 감동을 주는 교육방법이 필요하다. 전공의 스스로 결단하고 진정한 자아를 만들어 가도록 감동을 주어야 한다. 바쁘고 과중한 업무에 지친 전공의의 감정을 존중해 주고, 이들의 지성과 이성에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 주어야 한다. 결국 교육자의 교육 방법과 역량 그리고 교육환경의 발전적 개선이 따라 주어야 한다. 교수개발과 의료 환경의 개선이 중요한 이유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