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부민병원그룹 경영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며칠 전 한 4년제 보건대학에서 의료경영 관련 강의를 하는 한 분이 전화로 행정직 채용에 대한 문의를 해 왔다. 내용인즉, 우리병원에서 일반 행정직에 해당 대학 졸업생이 응모하였다는데, 아직 합격여부에 대한 사항을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의 인사팀장에게 문의해 본 결과, 병원행정직에 응모한 경우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면접대상자에게만 개별연락을 한다는 답변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소병원의 간호사 인력채용은 인력부족 현상을 상시적으로 보이고 있다. 그 결과 대부분 중소병원에서는 간호인력 채용업무를 인사·총무팀이 포기하고 간호부에 위임하고 있다. 왜냐하면 간호부에서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채용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보건의료 관련 산업 종사자 수는 2017년 12월말 시점에서 82만9000명이고, 병의원에 종사자 수는 68만5000명이 일하고 있다. 대략적으로 병상당 한명의 고용창출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병원에서 종사하는 인력 중에서 간호직 인력 비중이 높다. 왜냐하면 의료법에서 병원의 간호사 인력을 입원환자 2.5명당 1명의 간호사 인력을 채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병원에 내원하는 외래환자 수 12명을 입원환자 한 명으로 산정하고 있어 간호사가 일일 3교대하는 것을 감안하면 병원의 병상 당 1명의 간호사가 필요하다. 이 같은 병원의 인력 구조는 병원의 간호사 인력의 상시적 부족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병원경영통계에 의하면, 중소병원의 인건비 비중은 50%를 넘어서고 있고, 의료수익률은 감소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국내 병원의 연간 순이익률은 1.3% 수준이지만 16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경우에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별로도 격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동일한 160병상 이하 병원이라도 대도시 소재 병원은 1.1% 순수익을 나타낸 반면에, 지방의 중소도시 병원은 7.8%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보였다.

이 같은 중소병원의 수익률은 적정 인력을 고용하는데 한계점에 와 있다. 참고로 국내 전체 병원의 의료수익 순이익률은 2016년도 기준으로 1.2% 수준인데, 병원급 의료기관의 매출규모가 36조원을 감안하면 국내 병원의 순수익금은 4320억원 정도로 추계된다. 따라서 병원계에서는 이 수준의 이익률 가지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건강보험 수가정책이 ‘P4P’(pay for performance) 기조이다. 병원의 입장에서 보면 정책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환자안전과 감염관리 간호사 등 필요한 인력고용이 선행요소이다. 하지만 병원비용에서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영수지는 더 열악해지고 있어 신규 인력고용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병원의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필수인력으로 규정된 의료직 인력(의사, 간호사)은 유지할 수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규제를 받지 않은 각 종 진료지원직에 대해서 적정수준 인력 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실정이 된 것이다.

현재 대다수 병원(특히 중소병원)에서는 법적으로 규정된 의사와 간호사 수의 유지를 위한 구인난을 몇 년째 겪고 있다.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한 대다수 중소병원의 경우 법적 인력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주된 이유는 해당 의료직 인력의 충원에 필요한 인력의 공급 부족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 직종 전공자(의무행정, 의료기사직 등)의 경우에는 심각한 구직난을 겪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 다양한 고용창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직접 예산을 투입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병원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인난과 구직난’에 대해서 새로운 인력공급 정책개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왜냐 하면 의료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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