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건강보험 급여삭감이 핵의학 미래 흔들어…“차세대 양성 못해 기반 무너질 것” 우려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핵의학회가 20명이라는 적은 전공의 정원에도 불구하고 단 1명만 지원, 최종 경쟁률 ‘0.05:1’이라는 ‘2019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 결과’를 두고 참담한 심경을 금치 못했다.

무리한 건강보험 급여삭감이 한 전문과의 미래와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핵의학회(회장 이경한, 삼성서울병원)는 이번 전공의 지원 현황 결과를 두고 현실에 민감한 젊은 의사들이 전문의 취득 이후 전문성을 살려 의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불안을 표출한 것과 마찬가지를 평을 30일 내놨다.

특히 핵의학회는 첨단 의료영상, 효율적 검체검사, 방사성동위원소 진단치료 등 미래 정밀의학의 주요 축을 자임하며 ‘작지만 중요한’ 대체불가의 진료를 맡고 있는 핵의학과가 이 같은 상황에 놓인 것은 급여 삭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핵의학회는 “핵의학과의 주 의료행위 중 하나이고 암 진료에 필수적인 FDG PET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무리한 급여 삭감이 핵의학과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핵의학회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4년 FDG PET 급격기준을 개정해 비급여를 없애고 급여대상을 확대하는 대신 의학적 근거를 명확히 해 오남용을 방지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확대된 급여대상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문학회들의 의견을 배척하고 기존에 효과적으로 이용해 온 질환에서도 과도한 삭감을 계속해 오남용 방지 수준이 아니라 의료행위 자체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것.

핵의학회는 “FDG PET가 2014년 31만 4천 건에서 2017년 14만 2천 건으로 감소했음에도 병원에서 검사 후 2.9~14.3%가 다시 삭감되고 있어 혼란과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가치가 없거나 효과가 없는 진료라서가 아니라 심평원의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과 편견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수요에 따라 급여화를 했음에도 무분벼한 삭감으로 비용만 통제하고자 하는 것은 의료혜택을 확대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정책방향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도 전한 핵의학회이다.

핵의학회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저수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문가적 자부심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60여 년의 역사와 우수한 인프라로 세계 3~4위권 이내의 높은 진료 및 연구 수준을 유지한 우리나라 핵의학이 갈 길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핵의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적지 않은 기존 전공의들이 수련을 중도에 포기하고 전공의 지원자가 해마다 감소해 차세대를 양성하지 못하고 진료기반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현상을 입증한 것이 이번 ‘0.05:1’라는 지원율 결과이다.

핵의학회는 “소위 심평의학이라 불리는 심평원의 자의적 삭감이 지속되는 한, 핵의학이라는 일개 전문과의 미래만이 아니라 합리적 의료의 미래를 밝지 못하다”며 “이번 전공의 지원 급감 사태를 단순히 인력수급 차원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이어 “향후 심평원의 심사가 보다 합리화돼 국민들이 받는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확대하고 젊은 의사들이 배우고 익힌 의료기술을 환자들에게 소신껏 발휘할 수 있는 합리적 의료시스템으로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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