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병원, 유전성 암 발병 가능성 예측해 예방·조기 표적치료 중요성 강조하고 나서

BRCA은 유방암 유전자(BReast CAncer gene)의 약자로서 BRCA1과 BRCA2 두 개의 유전자를 의미하는데, BRCA 유전자 자체는 암이나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유전자로 암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종양억제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종양억제유전자의 DNA가 손상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돌연변이가 나타나게 되면 암을 막아줄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외부 자극에 약해져 암이 발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유방암과 난소암은 후천적으로 발생하지만 약 5~10% 가량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발생하며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56~87%, 난소암은 27~4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학교병원이 유방암과 난소암 등에서 가족력이 있으면 NGS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조언을 29일 전했다.

이를 통해 유전성 암 발병 가능성을 예측해 예방하고 조기 표적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

실제로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결과에 따르면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70세 이전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약 66~72% 정도이다.

난소암의 경우 70세까지 약 16~44%까지 암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BRCA2 유전자 변이는 유방암과 난소암 외에도 췌장암, 전립선암, 담낭암, 담도암, 대장암, 위암 등 다양한 암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부모 중 한명이라도 BRCA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경우 변이 유전자가 유전될 확률이 50%로 높기 때문에 본인이나 가족, 친척 중 유방암이나 난소암을 진단 받았거나 BRCA 변이가 발견된 경우 가족이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표준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 관련 유전자들로는 BRCA 유전자 외에도 ATM, BARD1, CDH1, MSH2, NF1 등 수십개의 유전자의 변이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유전자 검사도 필수적이라는게 중앙대병원의 강조이다.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희준 교수가 유방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BRCA 등 유전자의 변이에 대한 검사는 고전적으로 시행하는 염기서열검사가 있었으나 이 방법으로는 수십 개의 유전자 변이 분석을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 경비가 소모돼 최근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을 이용해 30여개 유전자의 변이에 대한 동시 검사를 한번으로 가능하게 됐다.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혜련 교수는 “인간은 30억 개의 염기서열과 약 3~4만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 유전자들이 여러 질병의 진단, 예후,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며 “또한 하나의 질환에도 여러 가지 유전자가 관련이 있어 하나의 유전자만으로 질환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혜련 교수는 이어 “NGS 검사는 수십에서 수백 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 가능하고 비교적 정확한 대량의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어 검사활용도가 넓은 가운데 BRCA를 포함한 30여개의 유전자에 대한 유전성암 검사가 가능하다”며 “의미 있는 유전성암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여 진단과 치료에 이용하고 발견 변이를 이용한 가족들의 유전검사, 질병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NGS 검사를 통한 BRCA 등 유전성암 유전자 변이 검사는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DNA를 이용해서 시행하게 되는데, 변이된 염기가 있는가를 확인해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6개월 간격으로 전문의에 의한 유방검진과 매년 유방촬영, 초음파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1년에 2회 정도 산부인과를 방문해 질초음파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유방암 예방을 위해 타목시펜이나 랄록시펜을 복용하고 난소암 예방을 위해 피임약을 복용할 수도 있다.

또한, NGS 유전자 검사의 경우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를 발견해 선택적으로 억제시키는 암 표적 치료에 활용이 가능한데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302명의 유방암 환자 중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표적치료(올라파립, Olaparib)를 시행한 결과, 표준 치료법에 비해 유방암 진행 위험률이 42% 낮아진 것이 확인됐다.

또한 지난 2017년 발표된 BRCA 유전자 돌연변이 난소암 환자 564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루카파립(Rucaparib)이라는 PARP(Poly ADP Ribose Polymerase)억제제로 BRCA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표적치료(유지요법)를 시행해 질병 진행 가능성을 65% 가량 감소시키는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희준 교수는 “기존에 일반적인 유방암과 난소암의 항암화학요법은 치료제를 선택할 때 환자 개별적으로 치료 효과가 있을지 예측할 수 없어 유사한 암종에 시험해보고 경험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NGS 기반 맞춤 정밀의료는 기존 치료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유전자 표적치료를 시행하게 됨으로써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고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NGS 검사는 지난 2017년부터 조건부 선별급여(50%)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환자의 본인부담률은 50%로 낮아져 보건복지부로부터 NGS 유전자 검사기관으로 승인된 중앙대병원 등 전국 52개 병원에서 검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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