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정부-병원 연결고리 ‘공분’…“안전성 정보 모아서 DB 국민 공개하자”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전 세계 연간 4000억 달러(약 452조 원) 규모의 인체 이식 수술 시장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36개국 59개 언론사 252명의 기자들이 공동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뉴스타파가 참여했다.

이후 발표된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탐사보도 후폭풍은 거셌다. 26일자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에 인식을 같이하며 지난 42년간 제품을 승인한데 적용해온 기존 정책이 효율성에 문제를 둔 것이었고, 이제 현대화된 방법을 도입해야 된다는데 동의하는 동시에 관련 규정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번 보도에서 거론된 다수의 기업들은 본사 차원의 대응팀을 꾸리고 정부와 여론의 비판에 대한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CIJ의 주관에 따라 조사가 되긴 했지만 취재는 각 나라별로 했고 따라서 사안도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의 경우는 510K라고 하는 동등성 인정 제품의 문제로 최초 제품이 시장에 출시 된 후 동등성 판정을 받은 후속 제품이 줄이어 나왔을 때 최초 제품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후속 제품이 계속 사용 되고 있다는 문제와 부작용에 대한 은폐의혹을 담고 있다

해당국 허점 이용하는 ‘다국적사’ 결국 이윤 추구 뿐?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큰 맥락은 같지만 다른 방향의 문제점이 도출됐다. 먼저 첫째는 다국적 기업이 본사의 규정에 의거해 모든 지시를 내리지만 사고 발생 시 보상은 철저히 해당국의 규제 허점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부작용에 대한 정보 은폐 의혹이다. 부작용이 생기면 이를 관련 기관과 시술자에 알려 환자 안전을 도모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보관만을 하며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병원 시술자조차 본인이나 환자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셋째는 관련 문제점이 발생 했음에도 왜 모두가 침묵 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과거 제약사나 의료기기회사의 리베이트 처벌은 익숙한 일이고 공정경쟁규약을 통한 리베이트에 대한 관리가 자율로 운영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감정과는 거리가 있는 지원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

이에 국내 업체들은 연결고리의 한축인 공정경쟁규약에 대한 개정을 통해 지원범위를 구체화 하고 갈수록 대형화 되는 지원 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규약 이후 거의 모든 학회는 학회비의 상한을 높이기 위하여 국제학회로 이름을 바꾸었고 이런 학회의 전시비용은 억대를 상회하기 일수였다. 구조를 바꾸고 해외 학회 지원 등에 대한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도가 던진 결국 다국적사의 한국 지사는 본사의 지시라는 이유로 아무런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고 이윤 추구라는 목적 이외에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아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느냐의 질문도 심각한 의문을 제기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판뿐만 아니라 대안도 나왔다.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 정보를 모두 모아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이를 공개한다.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언제든지 접근하여 확인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제도 문제점 파악하는 ‘미국’ 자발적 책임보상 가입 요청한 ‘한국’

한편 국내 실정을 감안한 규제 당국의 입장이나 대안은 아직이다. 최근 식약처는 의료기기업체들에게 공문을 발송했다. 업체가 자발적으로 책임보상에 가입하라는 권고문이었다.

이를 바라보며 미국이 제도의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할 때 우리나라 식약처는 보험가입을 권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A대표는 “보도에서 문제가 됐던 글로벌 기업의 리콜 제품 부작용으로 고통과 재수술을 받은 환자가 받은 70만원과 200만원도 보험사가 지급한 금액이다. 결국 보험사가 지급한 금액에 대한 당위성만을 인정한 꼴이다.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부작용을 비롯한 법을 위반한 업체로 인해 인명이 피해를 입었다면 매출비율로 산정한 벌금을 부과하게 하여 엄중히 다뤄야 한다"며 "부작용 정보에 대한 각국의 정보를 의무 보고하게 하여 사용국에 대한 부작용 정보공유체계를 구축 상응하는 처분을 내리고, 특히 부작용 보고에 대해 병원뿐만 아니라 환자까지 추적해 문제 발생 시 즉각 위험을 시술자 환자에게 알릴 수 있는 안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단지 의료기기법 뿐이 아니라 현재 국회에서 논의 되고 있는 징벌적 배상에 의료기기업체도 포함하고 국내법의 약점을 이용하며, 환자의 피해를 자국과 차별 보상하는 현실 또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처럼 문제는 만연하고 낮은 보상과 처분을 이용한 업체들의 차별적 행태는 국민의 불안과 피해를 가중하고 있다. 내 몸에 이식한 의료기기에 대한 정보가 막혀 있는 사이 누군가는 부당한 이득을 보고 심각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를 바라보며 의료기기 수입사 한 관계자가 남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공정규약심의, 부작용 보고 내역, 학회 지원 내역 등을 공개한다면 자기검열이 강화되고 의료기기-병원-정부로 구성된 하나의 카르텔이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한마디. 향후 움직임들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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