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개원멤버는 싫어 vs 최신시설서 새 시작 기대 교차
개원전부터 자금난 삐거덕---과제로 떠오른 ‘인력난’ 관건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장밋빛 미래인가? 다가오는 먹구름인가?’

지난 2015년 1월 서울시 강서구 마곡지구에 착공한 이화의료원의 새 병원인 이대서울병원이 내년 2월 본격 진료에 돌입한다.

현재 이대서울병원의 인테리어와 대형 진단·수술 장비 도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미 주요 보직자를 비롯해 의료진의 경우 세팅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새 병원을 향해 떠나는 자와 기존 이대목동병원에 남는 자 사이에서 사뭇 다른 분위기가 나오고 있어 온도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로에 선 병원 직원들에 속내가 복잡하다. 나가는 쪽도, 남는 쪽도 개원을 둘러싼 이해관계 때문에 고심이 깊다.

잔류인들은 대부분 개원멤버가 되는 고통을 겪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또 다른 쪽은 주도권의 변화와 새로운 시작을 거론한다. 안타까운 점은 양측 모두 ‘인력난’이라는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는 점이다.

개원멤버는 되기 싫어 ‘현실적 고민’

먼저 현실적 고민이 눈길을 끌었다. 누구나 고생길이 훤한 개원 멤버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첫걸음을 내딛는 만큼 하나하나 손이가며 챙겨할 것이 많고 양해를 구해야 할 일도 생기는 것부터가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진에 경우에도 신규 병원은 전공의를 받을 수 없어 당직에 대한 부담 등으로 과에 따라 상이한 부분이 있다.

이대목동병원에 남는 A교수는 “개원멤버가 되면 준비할 것도 신경 쓸 것도 많다. 행정직 입장에서 시스템이 갖춰지기 까지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인데, 의료진도 마찬가지다”라며 “환자 고치는 것은 어디든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기존 아파트 단지에 위치하며 구성됐던 환자군이 중심가로 이동하며 생길 변화에 대해서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래도 마곡행 급행열차를 타라

물론 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인해 ‘주홍글씨’가 새겨진 이대목동병원을 뒤로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남부럽지 않은 최신시설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기존 이대목동병원에 여성 질환과 소아 중증질환을 활성화 한다는 계획은 있지만 일부 과에 해당된 일이고 의료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당장은 현상유지를 하겠지만 점차 비중이 줄어들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이대서울병원은 5대 암·심뇌혈관질환·장기이식 등 고난이도 중증질환을 특화 육성하게 되며, 미래형 질환에 대한 산학연 공동연구 역량 강화 및 첨단 국제진료센터와 프리미엄 건강증진센터 운영 등을 하겠다는 원대한 뜻을 피력한 상태다. 개원에 앞서 다양한 센터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펼치며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던 것도 이에 무관하지 않다.

결국 의대 등 핵심 시설까지 이동이 완료된 가운데 주도권은 이대서울병원이 차지할 것이라는 점. 이는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의료원 고위층이 젊은 피 위주로 의료진을 편성해 이대서울병원에 보내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예고된 인력난, 최소 인력으로 최대 효과? “절대 안 돼”

한편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개원 전부터 자금 조달에 있어 삐거덕거리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수백억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비관적인 평가 속에서 오롯이 새로운 전문 인력을 구성해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 기존 인력의 순환 근무 방식을 추구하고 주차·경비·청소와 간호기능직 그리고 환자 이송인력 등 부족한 부분을 전면 외주로 맡기겠다는 방침을 경영진이 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이대목동병원에 경우 지원이 한정된 가운데 기존의 대학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절감을 위한 다양한 강구책을 앞서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제법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당장 병원 노조는 제시안에 반발하며 농성까지 벌이고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태다.

노조 한 관계자는 “설비 하나, 시설 하나 새것이 들어오면 좋은 일반 제조업과는 다르다. 공장이 아니지 않은가”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손대야할 일, 스스로 처리해야 될 것이 많다. 지난해 좋지 않았던 일에서 나왔듯이 전문 인력이 중요한데, 외부 인력이 들어와서 단기간에 자리 잡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인력안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다. 또 기본적으로 신규 병원은 개원인력을 넉넉하게 잡아야 하는 것이 맞는데, 최소 인력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려고 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며 "짜내기 식으로 가고 있는데 절대 안 된다. 이는 남아있는 이대목동병원도 마찬가지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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