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우려와 반대 불구, 정부 '추진'에 강한 의지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을 대신해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전문적인 공공의료인력을 양성해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의료계는 공공의대 설립이 능사가 아님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인력의 공급과잉을 우려하며 민간의료기관을 활용해 공공의료의 공백을 메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의대 설립을 둘러싸고 정부와 직능단체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의협은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공의료 활성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의협의 김해영 법제이사는 공공의대 법률안의 위헌성 문제를 지적했다.

김해영 이사는 “공공의대의 졸업생들에게 10년의 의무복무기간을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의사면허를 취소시키고 10년 이내에는 면허를 재발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한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위헌결정이 내려질 개연성이 다분하기에 제도 시행이후에도 위헌성 시비로 인해 해당 정책은 태생적으로 파행을 겪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해영 이사는 “경찰대의 경우 의무복무가 6년, 농수산대학교의 경우도 최대 6년간의 의무근무기간이 있는데 공공의대는 10년으로 비교할 수 없이 길다”며 “공공의대 법률안은 의무복무 의사들의 본질적인 기본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나아가 김해영 이사는 의료정책상의 문제를 자발적인 유인 제공과 의료정책의 개선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의무복무규정으로 강제하려고 하는 것은 정부가 법률만능주의에 빠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도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나타내며 물러서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정준섭 공공의료과장(사진)은 의협이 그동안 주장했던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반대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기존 의과대학을 이용해 의료자원을 배분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사실 기존 의대에서 지역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들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하지만 지역의 국립대 조차 지역 필수의료를 표방하기 보다는 의료인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준섭 과장은 “처음에 건물을 세우는 비용과 의대교수들의 인건비 등 운영비에 대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하지만 교수들의 운영비는 의대와 같이 세워질 대학병원을 통해 분담하는 시스템이니 만큼 우려대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의무복무기간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의 공공의대 모델과 유사한 일본의 자치의대는 의무복무기간이 9년이고 국내 사관생도들은 10년, 공군조종사들은 15년이기 때문에 과다하지는 않다”며 “다만 면허박탈의 경우에는 법제화 전에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벌써부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정준섭 과장은 49명의 정원으로는 의료 취약지 개선이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사인력이 당장 560명 정도 부족하고 장기적으로는 2000여명 이상 더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공공의대를 통해 이 인원들을 전부 충당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나머지는 지방의료인력에 대한 처우개선을 통해 공공의료에 대한 참여를 이끌어내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립 공공의료대학 설립을 위한 대책위원회’도 참관해 토론을 지켜봤다.

앞서 지난 25일부터 대책위원회는 “공공의대를 지지하는 것이 토론회에서 지역이기주의로 매도당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어 물리적인 충돌 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대책위원회는 토론이후 진행된 질의시간을 이용해 “공공의대 설립을 원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 때문이 아니다. 고작 정원 49명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현재 의료 취약지에서는 의료 인력의 충원이 정말 간절하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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