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결핵 유병률과 사망률 모두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국내 결핵 발병률은 10만명 당 77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의 7배에 달하며, 특히 일반 결핵에 비해 치료 성공률이 낮은 다제내성결핵 유병률 또한 OECD 회원국 중 1위다.

다제내성결핵(MDR-TB)은 대표적인 결핵 치료제인 ‘아이소니아지드’와 ‘라팜피신’을 포함한 2개 이상의 결핵치료제에 내성을 갖는 질환으로 보통 결핵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부적절하게 복용하는 등 복용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때 발생한다.

다제내성결핵은 일반 결핵에 비해 복용하는 치료제 수가 많고, 치료 기간이 길어 치료가 더욱 까다롭다. 2차 약제를 포함해 4제 이상을 사용해야 하며, 총 치료기간이 최소 20개월 이상으로 치료기간이 길다.

WHO(세계보건기구) Global Tuberculosis Report 2018 의하면 2017년 세계 결핵 환자수는 1,000만 명, 그 중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55만8천 명으로 추정되며, 160만 명이 결핵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고됐다.

한국의 경우 2017년 한해 신고된 결핵 환자수는 3만 6,044명이며, 이 중 다제내성 결핵환자수는 689명으로 2016년 852명에 비해 163명이 줄어든 숫자이기는 하나 여전히 치료 성공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7년 국내 결핵 진료지침(개정3판)에 따르면 다제내성 결핵 환자의 치료 성공률은 2009년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서 62%, 2015년 발간된 WHO보고서에는 50%로 보고됐다.

국내의 치료 성공률은 2011년까지 발표된 연구들에서 44-66%로 다양하게 보고되었지만, 1,407명의 환자가 포함된 다기관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45%의 치료 성공률과 32%의 치료중단율을 보여 국내 다제내성 결핵 관리의 심각성과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WHO는 ‘2018 Rapid Communication’을 통해 다제내성결핵 치료 약제 권고등급을 대폭 개편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전세계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의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치료 부작용과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최신 다제내성결핵 관련 논문 50여건에 소개된 26개국 환자 12,030명의 케이스를 분석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다제내성결핵 치료제 목록에서는 사용 시 치료 실패와 재발 위험이 높은 치료제들과 시력·청력 상실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은 치료제들이 배제됐다.

[표] 2018 WHO Rapid communication 다제내성결핵 치료약물 등급 개정안

한편, 현재 국내에서는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의 ‘2017 결핵진료지침’에 따라, 다제내성결핵을 치료하고 있다. 이 진료지침은 WHO 2014년 가이드라인을 주로 반영한 것으로 다제내성결핵 치료 원칙은 다제내성결핵 약물 4가지와 피라진아미드 1가지를 조합해 최소 5가지 항결핵제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이 같은 국내 가이드라인 권고내용은 최근 개정된 ‘2018 WHO Rapid Communication’ 내용과는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다제내성결핵 치료 약제로 권고되고 있는 항결핵 주사제 4종 (카나마이신, 아미카신, 카프레오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의 경우, 신독성 및 이독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약제로 이번 WHO 가이드라인에서는 권고 등급으로 아예 제외되거나 Group C로 분류된 바 있다.

올해 12월, WHO가 다제내성결핵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국내 가이드라인 역시 업데이트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제내성결핵 치료제 제품 현황과 특징

한국얀센 서튜러(성분명 베다퀼린)는 기존에 사용하던 치료제와 전혀 다른 기전으로 추가 내성에 대한 우려를 낮추며, FDA•아시아•국내 최초로 승인 받은 세계 최초의 다제내성결핵 치료제다.

2012년 FDA의 가속 승인을 받은 이후로, 2014년 3월 유럽집행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으며, 다제내성결핵 치료제 시장에서 40여년 만에 신약으로 출시됐다.

서튜러는 결핵균의 에너지원 생성에 필수적인 효소인 마이코박테리아의 ATP 합성효소를 억제해 결핵균의 복제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기전 덕분에 기존 치료제와 병용 사용 시에도 추가 내성에 대한 우려가 낮으며, 치료 성공률이 낮았던 기존 치료제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기전을 입증했다.

특히 서튜러는 2상 임상을 통해 기존 치료제 대비 결핵 균의 감염성을 없애는 음전에 있어서 뛰어난 효과를 입증했다.

서튜러는 다제내성 결핵환자 160여명을 대상으로 기저요법 약물과의 병용요법으로 서튜러와 위약(대조군)을 24주까지 투약한 후 120주까지(96주간 기저요법만 투여) 추적 관찰한 2상 임상을 진행했다. 임상 결과 서튜러 투여군(58%)이 대조군(32%) 대비 2배 가까운 완치율을 나타냈다.

또한 배양 음전 소요시간이 83일로 나타났으며, 위약군 대비 음전 소요시간을 42일 단축시켰다. 이 같은 서튜러의 2상 임상시험 결과는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되어 그 혁신성을 인정받았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다제내성결핵 치료제로는 유일하게 2상임상만으로도 FDA 가속 승인을 받았다.

서튜러는 임상시험뿐 아니라 리얼 월드 데이터를 통해서도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프랑스에서 코호트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환자를 포함한 다제내성결핵환자 중 6개월간의 치료를 완료한 환자 29명 중 97%(28명)에서 음전효과를 보였다.

또한, 최근 개정된 ‘2018 WHO Rapid Communication’에서 신약 경구제 중 유일하게 우선 처방 등급인 Group A(우선 처방 약물)로 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최근 의학저널인 란셋(The lancet)에 게재된 다제내성약제에 대한 안전성 및 효과성 분석에 따른 결과 분석 논문에 따르면, 치료성공율이 10%, 사망률의 경우 베다퀼린을 사용한 군이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오츠카제약 델티바는 Nitro-dihydro-imidazooxazole 계열의 항결핵제로 결핵균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미콜산의 생성을 저해하여 살균효과를 나타내는 작용기전으로 기존의 항결핵제와 교차내성을 보이지 않으며 강력한 살균효과를 나타낸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9 개국 17개 시설에서 다제내성 결핵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시험에서 다제내성 결핵 표준 치료에 델티바100mg을 1일 2회 병용한 치료군에서 2개월 후 객담의 결핵균 음성화비율은 45.4 %였으며, 같은 표준 치료에 위약을 병용한 대조군의 음성화률 29.6 %에 비해 유의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또한 중요한 결과로 델티바를 6 개월 이상 병용한 군에서 사망률을 감소시켜 장기적인 치료 효과 개선을 보여줬다.

델티바군과 위약군의 부작용은 심전도에서 QT연장*12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정도였으며, QT 연장에 의한 현기증이나 부정맥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존의 항결핵제들이 갖고 있는 중증 부작용(예를 들면 간 및 신장 기능 장애, 정신 증상 등)이 나타나지 않아 안전성과 내약성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델티바정은 대규모,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2상 임상시험을 통해 임상적 효과를 확인했다. 204 trial은 다제내성 폐결핵 환자 481명을 대상으로 한국을 포함한 9개 국가 17개 센터에서 시행되었으며, WHO에서 권장하는 다제내성 결핵 표준치료와 delamanid 병용 시 효과, 안전성, 약동학적 특성을 평가했다.

평가 결과, Delamanid 100mg bid + OBR 병용군 (45.5%)은 placebo + OBR 병용군 (29.6%) 대비 2개월 객담배양 음전 환자의 비율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으며 객담배양음전에 도달하는 평균 시간 또한 placebo + OBR 병용군 대비 유의하게 빠르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204 trial에 참여했던 환자들 중 208 trial 참가에 동의한 환자(213명)를 대상으로 델티바를 추가적으로 6개월 동안 투여했으며 116 trial은 204 trial에서 무작위 배정된 환자 중 208 trial 참여 여부에 관계 없이 116 trial 참가에 동의한 환자(421명)를 대상으로 미생물학적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때, 전체 분석 대상 환자 421명 중에는 225명(53.4%)의 아시아인, 56명(13.3%)의 XDR-TB 환자가 포함되었다. 델티바 6개월 이상 투여군의 74.5%의 환자가 WHO 완치 및 완료을 보였고, 이는 2개월 미만 투여군 대비 유의하게 높았다.

또한, 델티바 2개월 미만 투여군에서 19명(8.3%)의 환자가 사망한 데 비해, 델티바 6개월 이상 투여군에서는 2명(1.0%)이 사망하였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한편 델티바는 이번에 발표된 ‘2018 WHO Rapid Communication’에서는 Group C (3차 및 Group A와 Group B의 약물을 쓰지 못할 때의 처방 약물 그룹)로 포함됐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