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정신병원서 도드라지게 발생하는 이유 분석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박창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가 최근 ‘정신병원에서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이 논문을 통해 정신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급여화자 차별 발생의 근본원인으로 주목한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찬반논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해당 주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비판을 제시했다.

실제로 의료급여제도는 빈곤층에게 의료를 보장하는 공적부조제도로 빈곤층 규모에 비해 너무 적은 수급권자, 적절한 재정확보의 어려움, 낮은 의료수가, 이용 및 대우 차별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강조이다.

박 교수는 “지난해 정신병원의 급여환자 온수, 식단, 환자복 차별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며 “이후 정신병원의 의료급여환자 차별 행테에 대한 비난이 많았지만 의료급여환자 차별이 유독 정신병원에서 도드라지게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박창범 교수가 이번 논문을 통해 전하고 싶은 내용이다.

의료급여제도는 빈곤층에게 의료를 보장하는 공적부조제도다. 빈곤층 규모에 비해 너무 적은 수급권자, 적절한 재정확보의 어려움, 낮은 의료수가, 이용 및 대우에 차별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지난해 정신병원 사건 이외에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은 없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의료급여 환자에게만 온수와 식단, 환자복 등을 차별 제공한 정신병원에 대해 차별중단 결정(국가인권위원회 16-진정-0435500/0438700 병합 결정)을 내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정신병원의 의료급여환자 차별 행태에 대한 비난이 많았지만, 의료급여환자 차별이 유독 정신병원에서 도드라지게 발생하는 이유에 대하여 분석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논문 ‘정신병원에서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차별’을 통해 정신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급여환자 차별 발생의 근본원인으로 주목한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찬반논리를 정리했으며 위의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비판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 의료급여환자의 차별 - 의료의 공공성 관점
공공성이란 일반사회 구성원 전체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성질을 의미한다. 보건의료는 모든 사회구성원에 관계되는데, 일부 구성원을 보건의료의 수혜로부터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공공성을 갖는다. 공공성을 바탕으로 국가 보건의료정책이 정당화되고 강제되면서 ‘건강권’의 사회권적 기본권의 내용이 구체화된다.
의료의 공공성을 고려한다면 의료기관은 공공재정 지원 보상액 정도(의료비)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에게 동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필수 의료서비스의 경우 수익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를 수행해야 한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건강보험환자에서 이익을 충분히 얻고 있으므로 의료급여환자에게서 손해를 보더라도 결국 총합은 이익이 될 것이므로 단지 한 분야에서 약간의 손해를 보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관점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영리 의료기관 설립목적과 합치한다.

■ 의료급여환자의 차별 - 의료기관의 자본주의적 관점
현행의료법상 의료법인과 의료기관에서 설립한 병원들은 모두 비영리법인으로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민간의료기관은 법적으로는 영리행위를 할 수 없지만 사실상 민간의료기관은 허용된 법의 테두리 내에서 영리행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민간에서 자기 돈을 들여 의료기관을 설립할 이유가 없다. 이미 의원에 대하여는 세법상 사업자로 지정하여 종합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재 1차 진료기관/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은 환자가 내는 의료비의 정도에 따라 진료 및 처우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차 진료기관/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간의 진료비 차이, 특진비와 상급병실 입원료다.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경우 종합병원이나 일반의원보다 높은 진찰료 및 검사비를 내야하고, 마찬가지로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경우 일반의원보다 높은 진찰료 및 검사비를 내야 한다. 상급 병실료를 부담하는 경우 보다 편안하게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의료급여환자와 건강보험환자의 수가가 차이가 난다면 이들의 처우에서도 차이를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환자 사이에 입원급여비는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이 급여비의 차이 정도에 따라 각 환자에게 다른 대우를 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식대차이로 인하여 건강보험환자들에게 좀 더 좋은 품질의 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급여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급여에 따른 다른 대우를 불법적인 차별이라고 정의하고 규제한다면 민간 병의원들은 차별 규제를 회피하면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하여 의료급여환자 및 건강보험환자 모두 하향평준화를 시킬 수밖에 없다.
더불어 민간의료기관의 경우 비록 의료비의 대부분을 공공재정에서 받고 있지만 그 의료기관 설립에 들어간 비용은 전혀 지원을 받고 있지 않다. 만약 경영상의 문제로 파산하더라도 이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경영상의 모든 위험을 당해 의료기관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진료비를 더 많이 받는 환자에게 더 잘해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다른 사업의 경우 소비자가 내는 비용에 따라 시행되는 차별적인 대우에 대하여 문제를 삼고 있지 않지만 의료 기관에 대하여만 문제를 삼는 것도 일종의 차별이다.

■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대한 비판
국가인권위원회는 의료급여환자에게 제공되는 밥의 재사용 및 온수, 의복, 침구류, 냉·난방 등 환자들의 기본 처우에 차이를 둔 것과 함께 정신병원 입원환자들에 대한 강제적인 노동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것도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에서는 다음에 결정에 몇 가지 문제가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입원료 액수에 대한 평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의료시설 서비스제공에 대하여 입원료가 의료급여의 경우 거의 차이가 없어 온수, 의복, 냉난방, 병실청소 등에 대하여 급여환자의 처우를 달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결정문에서 위와 같이 입원료를 평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단지 입원료라는 포괄적인 내용을 가지고 차별로 인정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의료보호환자의 진료비는 행위별수가제가 아닌 정액수가제로서 어디까지 입원료이고, 어디부터 진료비이며 어디까지 약물비용이라고 제시하기 어렵다. 만약 제시한 입원료가 맞다면 약제비 및 검사비가 매우 적은 비용만으로 사용하게 됨에 따라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된다.
더불어 국가인권위원회는 건강보험환자들의 경우 3-4인실의 비교적 안락한 공간에 침대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 비하여 의료급여환자들은 6-9인실의 온돌에서 자고 있는 것 등의 병실환경 차이가 차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결론내리지 않았다. 또한 급여환자와 보험환자의 급식비 단가 차이에 따른 급식의 양과 질의 차이를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면서, 단지 병원이 급여환자들에게 급식 후 남은 밥을 버리지 않고 다시 쪄서 제공한 행위만을 불법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로서 차별로 인정했다. 그렇다면 건강보험환자들의 3-4인실 침대사용과 의료급여환자들의 6-9인실의 온돌사용은 정당한 차별인가? 그리고 건강보험환자들과 의료급여환자사이의 급식의 양과 질적 차이는 합리적 차별인가? 이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명확히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는 나중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서 진료비 및 약물치료의 차이에 대한 평가
병원에 입원하는 이유는 거주나 식사를 하기 위함이 아니며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은 현재까지 알려진 최적의 방법을 이용하여 환자를 치료를 하여야 하며 치료에 대하여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낮은 정액수가제로 인한 치료기회의 제한은 의료급여환자의 치료실패 및 장기입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장기입원 및 치료실패의 주원인으로 정신병원에서 의료급여환자들은 낮은 정액수가로 인하여 비교적 효과가 적고 부작용이 심하지만 가격이 낮은 약물을 우선적 처방하고 정신치료요법보다는 단순한 면담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재 정신병원에서 건강보험환자들에 비하여 의료급여 환자들에게만 이런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인 차별인지 여부에 대하여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약물치료비 및 정신요법의 차이에 대하여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 이유가 단순히 의료의 질을 국가인권위원회가 평가하기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안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으며 동시에 이 다른 진료행위에 대하여 합리적 차별이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판단하고 있는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한다.

■ 정액수가제에 대한 언급
우리나라의 의료비지불원칙은 행위별 수가제로 진료에 소요된 약제 또는 재료비를 별도로 산정하고 의료인이 제공한 행위마다 일정한 값을 정해 의료비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정신질환 및 투석 의료급여환자에 한하여 정액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정액수가제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근거 없이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차별이 발생하게 된 제도적 문제점과 더불어 정액수가제를 정신질환과 혈액투석 의료급여환자에 대하여만 시행한 것이 합리적 차별인지 아닌지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 건강보험환자와 의료급여환자의 급여비 차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서는 이런 차별적 치료와 대우의 근본적인 원인인 의료급여환자의 진료비가 건강보험환자의 진료비보다 유의하게 낮은 것에 대하여 문제를 삼고 있지 않다. 건강보험환자와 의료급여환자는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수가체제 및 다른 급여비가 책정되어 있다. 결국은 같은 의료서비스에 대하여 서로 다른 급여비 보상 문제로 이와 같은 차별적 대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차별적인 행동을 한 의료기관에만 문제가 있다고 하였다. 만약 현재의 상황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이에 대하여 언급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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