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용 한의협 회장,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정책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의사 밝혀
의료계만으로 불가…‘한의계 포함한 다양한 보건복지인력 참여·협력 전제돼야’ 단서 달아

“의사가 급성병을 고치듯이 진단과 처방만으로 치매를 치료할 수 있다면 왜 국가가 치매를 책임지려 하겠습니까. 커뮤니티케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만으로 만성질환을 모두 관리 할 수 없기 때문에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하는 것인데 의사에게만 기대는 것은 모순이죠.”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정부가 지난 20일 ‘지역사회 통합 돌봄(1단계: 노인 커뮤니티케어)’을 발표함에 따라 커뮤니티케어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커뮤니티케어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양한 보건복지인력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특정직역의 독점적 참여로 흘러가는 분위기를 경계하고 나선 한의계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21일 본지(일간보사·의학신문)와 만나 이번 커뮤니티케어 발표를 두고 기대감과 문제점을 동시에 보이며 이 같이 밝혔다.

우선 최혁용 회장은 커뮤니티케어를 적폭적으로 지지하고 한의계가 협조할 의사가 있는 것은 당연하나 ‘의료계의 독점을 깨고 다학제간 협력을 통해 완성시켜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최혁용 회장은 “한의협은 정부의 커뮤니티케어를 적극 지지하고 국가적 차원의 선결과제로 급부상한 고령화와 의료비 폭등 등 산적한 돌봄 분야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단, 정책의 성패는 의료계의 독점이 아닌 다양한 보건복지인력들의 참여와 협조에 달린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첨언했다.

특히 최혁용 회장은 급성병의 원칙에서는 의료계와 의사, 병원 중심의 정책과 의료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나 생활관리가 중요한 만성병은 의료계만으로 절대 불가능 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즉,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급성병보다는 만성병으로 국민들 삶의 질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만성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의 커뮤니티케어를 의료계만으로 성공시키려 하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최혁용 회장은 “급성병에 걸리면 의료기관에 가야하고 의사가 중심이 돼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맞다”며 “반면, 만성병은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라이프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는 예방과 관리를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 미국에서 내과 의사가 처방전을 잘 내리는 것과 간호사가 직접 방문해 만성질환자가 물을 마시고 약을 먹은 후에 다시 물을 마시는지 단순히 지켜보기만 한 것 중 후자가 더욱 잘 관리된 사례가 있다.

최 회장은 “다시 말해 기관 중심이 아니라 생활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생활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에서 의사의 역할이 급성병보다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현재 의료법이 갖고 있는 과거의 의료계 중심 방식을 해체하고 만성병 중심의 질병 예방, 생활세계 중심, 다학제적 협력을 모델로 하는 새로운 방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 최혁용 회장이다.

최혁용 회장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은 과거의 급성병에 맞춰져 있는데 의사 중심의 독점체제는 급성병 중심일 때 쓸모가 있다”며 “지난 10년 동안 만성질환 관리가 실패한 이유는 정부가 의료계에 끌려다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의 기득권과 독점권을 잘 풀어서 모든 직역이 함께 할 수 있는 적합한 모델을 만들어야 진정한 커뮤니티케어가 완성될 것”이라며 “의사만으로 가능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지려고 하는 것인데 의사에게만 기대는 것은 큰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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