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담도폐쇄증·간이식 환자 결혼 후 출산 성공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여서 아이의 태명을 ‘블리’로 지었어요. 이렇게 가슴에 안고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

신생아때 담도 폐쇄증을 가지고 태어나 간 이식까지 받았던 산모가 출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왼쪽부터 홍근 교수, 박혜령 씨, 박혜령 씨 남편, 박미혜 교수.

박혜령 씨와 그녀의 남편은 지난 8월 3일 이대목동병원 모자센터에 출산 후 갓 태어난 딸을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35년 전 신생아였던 박 씨는 당시 이대동대문병원에서 신생아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신생아 담도폐쇄증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배출될 통로 즉 담관이 폐쇄되어 황달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즉각 수술하지 않으면 간 기능 저하로 간이 손상되고 이는 간경화와 간부전으로 이어져 생후 2세 이전에 사망한다. 수술이 잘 된다고 해도 상당수의 환아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해서 간이식을 받게 되는 증상이다.

박 씨는 태어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아 카사이(Kasai)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박 씨는 잘 회복되어 비교적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박 씨는 급작스럽게 간 기능이 저하돼 다시 이대목동병원을 찾아 민석기 외과 교수와 김태헌 소화기내과 교수의 진료를 받게 됐다.

박 씨는 당시 간경변증까지 진행되어 식도 정맥류 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하였고, 자신의 간으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어 간이식이 필요했다.

남동생이 간을 기증했고, 10시간에 걸친 대수술은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 수술 후 경과는 매우 양호했으며 박 씨가 다른 수혜자들에 비해 회복 속도가 빨라 빠르게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나 수술 후 10일째 배액관을 모두 제거하고 퇴원을 앞둔 상황에서 박 씨가 급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담즙이 새어 나오는 합병증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근 교수는 “당시 박씨는 퇴원을 앞두고 배액관을 모두 제거한 상태였기 때문에 제거한 부위에 배액관을 다시 넣기는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다행히 영상의학과와 협진으로 배액관을 삽입하고 이후에도 여러 번의 시술을 통해서 담즙이 새는 곳까지 배액관을 거치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합병증에 고생하던 박씨는 상태가 호전돼 배액관을 제거하고 일상으로 돌아갔고, 2015년 9월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결혼 후 다시 황달과 가려움증이 발생하자, 경피경간 담도배액술을 다시 시행했다. 이후 장기간 가지고 있던 배액관으로 담관이 자리를 잘 잡은 것을 확인한 뒤 홍교수는 배액관 제거를 결정했다.

합병증도 없고 간 기능도 잘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홍 교수는 작년에 박 씨로부터 임신 계획에 대해 조심스레 확인한 후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에게 협진을 했다.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는 산전 진찰 결과 간 기능이 유지가 된다면 임신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홍 교수는 박 교수의 의견을 바탕으로 곧바로 박 씨의 임신을 위해 면역억제제 등 먹고 있는 약들을 태아에 독성이 제일 적은 것으로 검증된 약으로 바꾸고 약의 용량을 최대한 줄였다.

부부의 노력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헌신으로, 박 씨는 다행히 지난 8월 3일 3.5kg의 건강한 여자 아이를 출산하는데 성공했다.

홍근 교수는 “간이식을 받은 환자가 임신 중에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각종 검사와 약물이 태아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임신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출산은 이식을 앞두고 있는 여아와 가임기 여성 환자들에게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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