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사회화(Socialization)란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사회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가치(value), 지식(knowledge), 기술(technique), 규범(norm) 등을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의사의 사회화는 무엇일까? 사실 사회화라는 말이 의사들에게는 좀 생소한 언어다. 의사가 되기 위해 의과대학에 입학해서 교육받고 의사가 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인간이 사회화를 통해 인간다운 품성과 자질을 획득해 나가며,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듯이 의사로서 가져야할 품성과 자질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의학지식과 술기를 배우고 의학 전문직업성을 체화하는 과정이다. 의사가 된 후에도 연수교육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는 사회변화에 맞추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규범과 가치, 지식 등을 내면화하는 재사회화 과정을 갖는다.

사회화, 의학 전문직업성 체화하는 과정

사회화는 사회구조가 개인의 사회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시적 관점과 개인 혹은 집단과의 상호 작용에 의해 사회화가 이루어진다는 미시적 관점이 있다. 거시적 관점은 기능론과 갈등론으로 사회화를 해석하고 있으며, 미시적 관점인 상징적 상호작용론에서는 사회화를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다.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 역시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한다.

먼저 기능론적 관점에서는 사회화를 사회구조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과정으로 파악한다. 사회화의 내용이나 방법 등은 개인과 사회 필요에 의해 합의된 것이며, 사회화를 통해서 사회는 존속, 유지되는 동시에 개인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으로 욕구 충족을 하며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계약론에 해당된다.

갈등론적 관점에서는 사회화를 통해 불평등 구조가 유지된다고 본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집단이 자신들의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들에게 유리한 이데올로기를 교묘하게 학습시킨다는 것이다. 사회화를 통해 특정집단에 유리한 가치체계를 학습시키고, 피지배 집단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지배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현재의 불평등한 구조를 정당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의학 전문직업성이 의사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하는 주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의사들 내부적으로도 의학 전문직업성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거나 잘못 이해하는 의사들이 ‘의학 전문직업성을 의사들을 옥죄는 족쇄’라고 생각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의사 재사회화 과정 통해 전문가적 자질·품성 유지해야

미시적 관점 중 하나인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개인은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접하는 타인의 눈을 통해 사회화된 자아를 형성해 가는데, 자신과 접하는 타인들의 반응에 따라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내면화하게 되며, 이 과정이 사회화라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고 말한 자크 라캉의 주장처럼, 타자로부터의 인정받기를 욕망하고, 타자의 욕망의 대상이 되기를 욕망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여기서 타자는 롤모델이 될 수도 있고, 동료 의사나 주변인들, 의료환경과 문화, 의사를 바라보는 사회의 기대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롤모델의 역할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의사의 사회화가 잘 이루어진다는 뜻은 ‘Good Doctor’를 만들어진다는 것과 같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에 들어올 때부터 좋은 품성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고, 전문직 가치와 정체성을 잘 담은 교육을 통해 전문직다운 태도를 체득하는 사회화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졸업 후에는 전공의 과정 교육과 직업전문성 평생교육(CPD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과 같은 의사 재사회화 과정을 통해 전문가적 자질과 품성을 잘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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