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앞 총궐기대회 1만2천명 집결…안전한 진료환경 보장 촉구
최대집 의협회장, "의료제도 바로잡기 위해 의료 한번은 멈춰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전국에서 모인 의사들이 의사 구속 사태를 비판하고 올바른 의료제도 확립에 목소리를 높이며, 11일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의협이 11일 오후 대한문 앞에서 1만 2천여명의 의사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의사구속 사태를 비판하고, 총파업까지 예고했다.

특히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처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총파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실행방법과 시기는 집행부에 일괄 위임 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1일 오후 2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의사회원 1만2천여명(의협 추계)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궐기대회는 오진으로 8세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의사들이 구속되자 촉발됐으며, ‘대한민국 의료 바로세우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궐기대회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많은 의사들이 대한문 앞으로 집결해 의사 구속 사태에 대한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최대집 회장이 위기의 의료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최대집 의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앞장서서 적당한 진료를 강요하는 의료구조를 개혁해 낼 수 있도록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국민 건강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의사면허 박탈법안과 한의사들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회장은 전국의사 총파업에 대한 계획도 일부 밝혔다.

최 회장은 “오늘 오전 의료계를 대표하는 직역 단체와 긴급 연석회의를 통해 전국의사 총파업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라며 “추후 총파업의 실행방법과 시기는 집행부에 위임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발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의사들이 모였는데 잘못된 의료제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의사회원들의 힘이 절대적”이라며 “의료가 한번은 멈춰서야한다. 그날이 올 때 모두가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잘못된 판결 내린 판사도 형사처벌할 것이냐=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료계 대표자들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의사를 구속한 사법부를 비판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한 (가칭)‘의료분쟁특례법’ 제정과 진료선택권을 요구했다.

또 의료 중요현안이 △9‧28 의정합의문 일괄 타결 △저수가 해결 및 심사기준 개선 △한의사의 안압측정기 등 5종 의과 의료기기 사용 및 건강보험 적용 불가 등에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부터 의협 이철호 대의원회 의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김동석 대개협회장

우선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격려사를 통해 “이번 의사들의 구속은 이치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처사”라며 “1심 판결을 잘못했다고 판사도 형사처벌하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사들은 교도소를 가지 않고, 살기 위해 제대로된 진료를 못할 수 있다. 결국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하는 것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일이고, 국민들이 힘을 보태줘야한다”라며 “의협 집행부는 단순한 궐기대회뿐만 아니라 확실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도 “과연 어느 누가 주어진 의료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진료에 임한 의료인에게 고의가 아닌 과실 때문에 구속이라는 돌을 던질 수 있는가”라며 “이제는 모든 전 직역 의사가 하나 돼 자율적인 진료환경을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의료사고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의사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아니라 원인분석과 재발방지를 위한 저수가, 노동착취 구조의 의료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 져야 한다”라며 “진료 중 의사에 대한 반복적인 인신구속사태의 재발방지와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 등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개원의들도 지난 분만 중 태아 사망 사건을 예를 들면서 사법부의 잘못된 결정과 향후 의료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분만 중 태아 사망 사건은 1심에서 금고형 판결이 선고됐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라며 “의사가 100% 진단을 못했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보낸다면 사법부는 잘못된 판결을 내린 동료 판사에게는 어떤 형벌을 가하고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김 회장은 “의사는 아직도 환자 곁에서 결과가 나쁠 수도 있지만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결과가 잘못되는 순간 의사는 가해자가 되고 법의 심판대 앞서 서게 되어 응급실, 중환자실 등 수술할 의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속됐던 의사 전문과 의사단체 사법부 판결 비판=특히 구속됐던 의사들의 전문과목을 대표하는 단체에서도 총궐기에 참여해 의사의 구속을 결정한 사법부의 판결을 비판했다.

이덕철 가정의학회 이사장, 이경원 응급의학회 섭외이사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은 “재판부가 최고의 선택만을 할 수 없는 의료현실과 미숙한 수련과정에 있는 전공의의 입장을 잘 이해한 후 내린 판결인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라며 “고의성이 없는 진료 과정의 결과에 형사적인 책임을 물어 의료인을 죄인으로 구속시키는 것은 의료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회원 8600명과 가정의학과 지도전문의 400명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서 이번 의사 구속 판결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한다”라며 “의료인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최선의 진료할 수 있도록 의료 시스템의 개혁과 함께 의료분쟁특례법이 속히 법제화되기를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도 “밤새고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이 매우 드문 질환을 진단하지 못했다고 형사적 책임을 묻는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의사는 누가 있겠느냐”며 “게다가 도주 우려가 있다고 법정 구속하고 합의를 통해 처벌불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3일이 지나서야 보석 결정이 내려져 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의사는 국민도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아직도 대한민국 사법부에는 법과 양심에 따라 올바른 판결을 내리시는 양심이 있고, 존경받는 법관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상급심을 통해 의료의 특성을 이해하는 올바른 판결이 내려지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의료계 대표자 20여명은 오후 3시경 청와대 인근으로 이동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낭독하고, 대한문 앞에서는 의사회원 1분 자유발언을 통해 의료현장의 고충을 들어보는 자리도 마련됐다.

한편 이날 의협은 △진료의사 부당구속 국민건강 무너진다 △방어 진료조장 사법부 책임져라 △의료제도 바로세워 국민건강 지켜내자! △적당진료 강요 의료구조 개혁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부당한 정부시책의 개선을 호소했다.

또 △의정합의 즉각 이행 △심평의학 족쇄풀고 최선진료 보장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의과의료기기 한의사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였다.

여기에다 의협은 머리에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겨 목숨을 건 ‘러시안 룰렛’ 퍼포먼스를 통해 판사에 의해 의사들이 승자 없이 모두가 죽을 수 있다는 의미도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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