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혁신신약 개선방안, 미국 통상압력에 굴욕적 굴복 결과
결국 ‘기술 이전만이 살 길’…대형 제약사, 제네릭 집중 가능성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마련한 ‘글로벌 혁신신약 요건’에 대해 제약업계가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업계는 사실상 미국 통상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보고,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개선방안 자체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1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제약업계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고시한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며, ‘개정안 철회’ 내지는 ‘신약 약가 우대 제도’ 자체를 없앨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약업체 약가 담당자는 “사실상 미국 통상압박에 굴복한 셈”이라며 “만약 통상 문제로 인해 이렇게 규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신약 약가 우대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약 약가 우대 제도는 2016년 정부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개선방안('16.7.7.)’에 따라 진행됐으나, 관련 법령 근거는 충분치 않다.

현재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4조(제약산업육성ㆍ지원종합계획)에 명시된 ‘8. 그 밖에 제약산업 육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에서만 신약 약가 우대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제약산업육성법에는 신약의 정의도 없으며, 신약과 관련된 지원 계획이 명시돼있는 부분은 ‘연구개발 및 기술거래’ 부분만이 존재하며, 약가 항목은 없다.

즉, 제약업계는 통상 마찰로 인해 신약 요건이 국내사에게 역차별을 강요한다면, 차라리 제도를 백지화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이다.

제약업계는 제도의 무효화 주장과 함께 조금씩 피어나던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풍토도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함께 제기한다.

개정안에 따라 국내 기업이 미국과 유럽 현지에서 상업 임상을 진행하고, 허가까지 얻으려 한다면 적게는 수천억원의 금액이 투입되는 것이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또한 희귀의약품이나 항암제로 한정되기 때문에 임상군을 모집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현재 일부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미국 등지에서 임상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이들 기업 또한 투자를 받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내 제약기업들은 신약 개발이 아닌, 기술 개발 후 라이센스 아웃(기술 이전)을 주요 전략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약가가 표준 약가로 참조돼 해외로 나갈텐데, 낮은 약가를 받아서는 손익을 맞추기 어렵다”면서 “그렇다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도 있는 임상1‧2상에 집중하고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업 임상이 아닌, 임상1‧2상 수준의 연구 단계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있으며, 이는 통상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부 대형 제약업체들은 불확실하고 수익 금액 또한 크지 않은 라이센스 아웃보다는 제네릭 집중 방식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제약계 관계자는 “어차피 특허 풀릴 때까지 기다리고 후발 주자로서 쫓아가는 기존의 방식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기업 이윤 창출에는 더 큰 도움이 된다”면서 신약 개발 R&D 축소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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