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을 한미FTA 희생양 삼아, 제약연구개발 의지 말살’
‘미국 FDA·유럽 EMA의 신속심사 승인이 허가조건?어처구니 없어’
‘어느나라 정부의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개탄…전면수정 촉구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제약바이오협회가 한미FTA 재협상 결과의 산물인 신약약가우대 개정안에 대해 동원 가능한 모든 표현을 동원해 분노와 개탄을 드러냈다. 국내 신약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관련법이 오히려 그 의지를 꺾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실망감의 표출이다. 특히 업계의 의견수렴 과정이 생략된 채 전격 발표돼 향후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발표된 신약약가우대 개정안과 관련,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실상 미국측의 요구에 불복한 개악이라고 규정하고 전면 수정을 강력 촉구했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약가정책의 전면수정을 요구한다’라는 제목의 이 날 성명서에서 협회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7일 전격 발표한 국내 보건의료기여 신약 약가우대제도 개정안과 관련해 한국 제약산업을 한·미 FTA의 희생양으로 삼은 정부의 비상식적 행정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협회는 이어 “우리 제약산업계는 한·미 FTA 개정협상에 따른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미국측의 요구에 굴복한 개악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특히 정부가 자국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의지를 말살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했다는 점에서 심대한 유감과 함께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협회는 이 제도 자체가 기본적으로 국내 보건의료에 기여한 신약을 우대해주기 위해 마련됐던 것이고, 신약에 대한 약가우대를 통해 국내 R&D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국민보건향상 등을 꾀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를 담보하는 연구개발, 국내 임상 수행 등의 관련 조항이 전면 삭제됨으로 인해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또 “무엇보다 미국의 압력에 밀려 이 제도 본연의 최우선 목적인 국내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장려를 포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심지어 국내 의약품정책을 수립한다면서 미국 FDA나 유럽 EMA의 신속심사 승인 등 외국의 허가를 전제조건으로 삼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우를 범했다”고 토로했다.

개정안대로라면 국내 제약사는 아무리 탁월한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무조건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신속심사허가를 받아야만 약가우대를 받을 수 있다는 것.

협회는 이어 “과연 어느나라 정부의 누구를 위한 제도란 말인가?”라고 개탄하고 “미국 제약기업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한국 정부가 대한민국 미래 성장 동력의 커다란 밑거름인 자국 제약기업체들의 연구개발 의지를 무참히 짓밟은 것”이라며, “제약산업계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연구개발을 사실상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번 개정안을 전면수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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