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열 교수 “복강경 대비 적은 출혈과 정밀한 수술 가능, 의료진 위한 환경 조성도 강점”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앞으로 부인과 수술에서 로봇을 활용한 수술 부위 절개 및 상처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으로 나아갈 것은 분명합니다. 비용 장벽 외에는 수술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로봇수술의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비용 문제 해결되면 더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박정열 대한부인종양학회 사무총장(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은 최근 본지와 만나 자궁경부암 등 부인암 질환과 치료 그리고 수술법 트랜드 및 미래 발전방향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정열 대한부인종양학회 사무총장

현재 로봇수술을 이용한 최소침습이 가능해지며 수술 분야의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흉터와 가임력 보존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가 많은 부인과 수술에서 장점이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그는 “(부인과) 수술은 환자별 맞춤형 치료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침습 트렌드에 맞춰 로봇수술술기 및 장비도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 개의 구멍을 통해 수술을 진행하는 단일공 수술법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집도의의 술기를 더 정교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밀한 로봇장비를 사용해 개복 시 시행할 수 있는 정교한 술기들을 복강경 수술에서도 시행할 수 있게 한다. 기존 복강경 수술의 장점과 함께 의료진에게 좀 더 수월한 수술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부인과에서는 최소침습수술에서도 좀 더 정밀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로봇수술과 복강경 수술의 치료 성적은 동등하다. 다만 치료 성적이 동등하면서 출혈이 적다거나 더욱 정밀한 수술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추가 장점이 있다.

박정열 교수도 의견을 같이했다. 이어 “수술 시간 등은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다”라며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비용문제가 남아있다. 미국의 경우 개복, 복강경, 로봇수술의 큰 비용 차이가 없어 로봇수술 시행률이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도 보험이 인정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보급과 숙련된 집도의 다수, 한국이 이끄는 로봇 최소침습수술

특히 “부인과 로봇 최소침습수술은 한국이 리딩 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만큼 숙련된 집도의의 수도 많고 보급도 가장 많이 돼있어 시행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현재 자궁경부암을 포함해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의 여러 분야에서 최소침습수술의 효과를 규명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출시된 다빈치 SP 로봇 수술기. 박 교수는 "한국이 단일공 수술에 있어 세계적으로 앞서 있어 우선 론칭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미국서 발표된 자궁경부암에 있어서는 개복수술이 최소침습수술보다 사망률이 더 적게 나왔다는 LACC 연구 결과에 대해, 원인분석이 빠져있어 한계가 있는 등 가이드라인까지 반영하는 연구로 단정 짓기 어렵고 향후 더 진행돼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구체적으로 자궁경부암의 최소침습수술은 술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숙련된 의료진에 의해 시행돼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잘 고려되지 않았고. 다른 암의 수술과는 달리 자궁경부암의 최소침습수술은 수술 중 종양파열이 있어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수술 결과가 나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이 점도 잘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참여국 대부분 자궁경부암의 빈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인 경우가 많았다. 한국·일본·대만 같이 선진국이면서 자궁경부암의 빈도가 높은 편으로 자궁경부암수술이 더욱 발전되어 있는 국가들의 참여가 낮았다는 것이 문제인데, 국내는 술기도 우수하고 후처지 부분에서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 매우 의외라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AI와 로봇 접목한 수술? 아직은 갈길 멀다”

인터뷰를 마치며 4차산업 혁명의 총아로 주목받는 AI와 로봇에 수술 분야 접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 그는 “영상진단과 검사의학에 먼저 도입될 것이다. 향후 종양학이나 내과학에도 접목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수술까지는 단시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라고 못 박았다.

박 교수는 “외과수술은 기술적으로 많은 부분들이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사실 최후의 단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재 로봇수술은 집도의의 주도 하에 이뤄지는 로봇보조수술(robot assisted surgery)이라고 할 수 있다. 외과 파트가 가장 최후의 분야로 먼 미래나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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