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가 지난주 개최한 ‘2018 간호정책 선포식’이 화제다.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이 60명이 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여야를 막론해 각 정당 원내 대표는 물론 당 대표까지 거의 참석해 VIP석이 모자랄 정도였고, 축사가 3시간가량 이어졌지만 일부 국회의원에게는 1분 스피치로 겨우 의전 치레를 했다는 후문이다.

안병정 편집주간

그럼에도 마이크를 잡은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간호사와 간호협회의 프랜들리를 자처하며, 국회차원의 입법지원 등 협조를 약속했다고 한다. 비록 정치적인 수사가 있었다고 해도 이 정도였으면 간호협회는 한나절 행사로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목표에 한걸음 다가서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간호협회는 평소에도 큰 행사가 열릴 때면 국회의원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얘기가 있어왔다. 특히 지난 18대 이후 내리 세 번이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출하고 있어 이래저래 정치적 위상을 높이 사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간호협회의 정치력은 의료사회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주변에서는 간호협회의 이 같은 정치적 위상에 대해 협회를 이끄는 지도자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치의 메커니즘을 잘 아는 지도자가 협회를 이끌며, 정치적 인맥을 촘촘히 연결하여 협회와 회원을 위한 울타리를 치는 방법으로 집단의 이익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명분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세를 과시하며, 정치권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로부터 국회와 정부기관을 우군으로 만들어 입법, 정책 활동의 조력을 받는 등 조용하면서도 섬세하게 이익단체이자, 압력단체로서의 실리를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간호계의 이 같은 정치적 행보나 위상에 대해 다른 보건의료인단체, 특히 의료인 종주단체인 의사협회는 어떤 잣대로 보고 있을까. 아마 요즘이야 의사 구속사태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심난한 나머지 생각할 겨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의협의 정치적 사고나 의지에 관심이 가는 것은 작금의 의사구속 사태와 같이 제기되어 있는 여러 현안들은 모두 법률에 의하거나 정치적인 결단이 아니고서는 해결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궐기대회와 같이 여론에 호소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방법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법률적, 행정적 실현이다. 이를 위해서는 막후에서 실마리를 풀어나갈 고리나 동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력 아닐까 싶다.

아이러니 하게 간호협회가 국회의원을 대거 초대하여 정책 선포식을 준비하던 그 시기, 최대집 의협 회장은 국회 앞 맨 땅에 드러누워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촉구했었다. 그리고는 의사 구속에 항의하며 직접 포승줄로 몸을 묶은 채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 절박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전술이 오로지 ‘돌격 앞으로’에 집착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애처로워 보였다. 차라리 그 시간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특례법 제정이나 의사들의 진료거부권을 설파하고, 입법에 동의하는 서명이라도 받아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러나 현안타개를 위한 의협의 처절한 몸부림이랄까, 열정은 존중하고 싶다. 다만 보다 합목적적이며, 우리 사회 최고의 지성인이자 전문가단체로서 정치력을 발휘할 방도는 없는지 고민을 권하고 싶다. 그래서 간호협회의 정치력을 이익단체의 본보기로서, 연구대상의 차원에서 언급해 본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