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궐기-파업 등 감정적 대응은 직역 이기주의 오해 가능성 농후
의료계 일각, 자율징계권-독립적 면허관리기구 요구에 부정적 …의학적 근거 대응으로 맞서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법원이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한 사건에 대한 반발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와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의료계 전역에서는 함께 분노하고 의협의 결정에 지지하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당시..

판결에 부당함이 있다면 의학적 근거로 접근해야지 집회나 파업 등으로 대응한다면 잘못된 여론으로 호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의사들의 직역 이기주의 등으로 국민들이 오해할 가능성이 농후한데다 현안에 대한 정부와의 소통도 중단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의사회원들에게 돌아갈 것 이라는 게 의료계 일각의 우려다.

지난 2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재판부는 횡경막탈장과 폐렴 등의 증세로 환아가 사망한 희귀 증례와 관련 진료의사 3명(응급의학과, 소아과, 당직의사)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전원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에 의료계 전역에서는 의사들 역시 사망한 어린이 유가족의 슬픔에 지극히 공감하고 있으나 고의성 없는 의사의 단순 오진으로 인한 사망을 형사처벌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의협 최대집 회장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항의차 삭발까지 감행, 이후 청와대, 국회 앞에서 피켓시위도 벌이며, 세 번째 전국의사총궐기대회와 총파업까지 예고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의사구속 사태는 의료계 전역에서 분노할 만한 사건이라는 점에 분명히 공감한다”라며 “최대집 의협 집행부가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방법론이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궐기대회와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면 의학적 근거에 따라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해야지 섣불리 집회를 하면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 집행부가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의협 집행부가 의사회원들이 원하는 투쟁이 아니라 투쟁을 위한 명분만 내세워 결국 큰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심지어 이러한 대응 방법이 향후 의료계가 주장하는 자율징계권이나 독립된 면허관리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의료계의 한 중진은 “의사라는 전문가들이 의학적 근거로 대응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다면 ‘제 식구 감싸기’로 오해받을 공산이 큰데 과연 의료계가 국민과 정부에게 자율징계권을 주장할 명분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최대집 의협회장이 총파업과 관련 대한병원협회의 협조를 구하지 않겠다는 발언과 함께 병협을 ‘병원경영자들의 단체’라고 표현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8일 청와대 앞 시위에서 “전국의사 총파업은 의사들이 의료에서 손을 놓는 것”이라며 “병협은 병원경영자들의 단체로 이 문제에 대해 굳이 논의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총파업은 의협이 각 의사단체와 산하단체를 중심으로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역대 어느 파업도 병협과 논의나 합의해서 이뤄진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병원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발언을 두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의 발언은 병협과 결별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의협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대표단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의협의 수장이 한 발언이기 때문에 앞으로 병협과 좋은 관계를 맺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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