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법 있지만 안지키는 병원 35.6%,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도 ‘부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전공의 법이 시행되면서 수련환경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수련병원에서 신설된 수련규칙을 지키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빅5’라고 불리는 서울대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가톨릭서울성모병원 중 수련규칙을 지키는 병원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실효성있는 법 집행의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전공의 수련교과과정 역시 부실하다는 지적이 드러나 전공의 보호와 육성을 위해 정부차원의 대처가 이뤄져야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윤일규 의원(사진)이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실시한 ‘2018년도 수련규칙 이행여부 평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수련병원의 35.6%가 수련규칙을 미준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공의법은 전공의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15년 12월 제정됐다. 전공의법에 따라 복지부는 주당 최대 수련시간 80시간, 최대 연속근무시간 36시간 등의 내용을 담은 수련규칙 표준안을 수련병원에 제공해야 하며, 수련병원장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수련병원들의 미준수 항목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휴일 미준수 현황으로 전체 621건 중 203건을 차지했다. 주당 최대 수련시간 미준수 현황은 123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윤일규 의원은 “아직도 수많은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일하며, 1주일에 채 24시간도 쉬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반드시 개선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적인 모범이 되어야 할 ‘빅5’의 상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 병원 모두 수련규칙을 지키지 않았으며, 서울대병원은 7개 항목 52건, 연세세브란스병원은 6개 항목 12건, 삼성서울병원은 6개 항목 81건, 서울아산병원 7개 항목 59건, 가톨릭서울성모병원 4개 항목 19건의 미준수 실태가 드러났다.

이에 대해 윤일규 의원은 “수련환경평가결과는 전공의법이 시행됐음에도 전공의들이 여전히 과도한 근무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전공의의 과로는 의료사고와 높은 연관성이 있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법 수련규칙을 미준수한 병원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명령에 따라 시정하지 않는 병원의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해야한다”며 보건복지부의 단호한 처분을 요구했다.

◇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역시 ‘부실’

윤일규 의원은 보건복지부 고시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의 부실함도 함께 지적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내용이 추상적이거나 두루뭉술하다는 것.

윤의원은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은 전공의가 전문의 취득 후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를 배울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하고 지도전문의가 전공의를 지도하는 데 이정표로 기능해야 한다”며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교육할 수 있어야 하는지 지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미국 등 의료선진국의 경우에는 매우 구체적이며 정량적 측정이 가능하도록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보건복지부 고시내용이 몹시 허술하다고 지적하며 “구체적인 수련목표를 제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대부분의 과에서는 학습 내용을 전문성이나 난이도 등을 무시한 채 1년차에 일괄 규정한 뒤 상급년차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고시는 신경외과, 예방의학과, 응급의학과 등에서는 수련교과과정에 포함되어야 할 환자취급범위나 교과내용 등 각 요건 중 일부 또는 특정 연차의 전부를 규정하지 않고 있거나 구체적으로 어떤 학습을 해야 하는지 정량적 기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바 있다.

이에 대해 윤일규 의원은 “현재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은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전문과목별 최소한의 필수 역량을 설정하고, 연차별로 달성할 수 있도록, 그리고 세부역량이 평가 가능하도록 표준화되어 다시 고시해야 한다” 며 보건복지부의 빠른 대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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