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사단체 ‘부적절한 과잉 판결’ 지적 …의정협상 중단-단계적 파업투쟁도 제기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최근 법원이 복부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를 오진해 사망케 한 의료진에게 실형을 선고하자 의료계 전역에서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의사들 역시 사망한 어린이 유가족의 슬픔에 지극히 공감하고 있으나 고의성 없는 의사의 단순 오진으로 인한 사망을 형사처벌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지난 25일 오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피켓시위와 함께 항의차 삭발까지 감행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정성균 기획이사, 방상혁 상근부회장, 최대집 회장, 이세라 총무이사

아울러 일부 의사단체에서는 의협 측에 즉각 의정실무협의를 중단할 것과 단계적인 파업 투쟁 등 강력한 조치의 필요성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지난 2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재판부는 횡경막탈장과 폐렴 등의 증세로 환아가 사망한 희귀 증례와 관련 진료의사 3명(응급의학과, 소아과, 당직의사)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전원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에 의협을 중심으로 지역의사회 등 의사단체에서 ‘부적절한 과잉 판결’이라며 실형을 받은 의사의 석방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원 앞에서 시위를 펼친 최대집 의협회장은 “의사의 진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선한 의도를 갖고 있고, 최선을 다해 임하지만 언제나 결과가 좋을 수만은 없다”라며 “법률적 만행과 폭거가 벌어졌고, 의료계는 이 사태를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어진료로 국민건강 악영향…의료사고특례법 제정 촉구=전라남도의사회(회장 이필수)의 경우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실형을 내린 법원의 판결은 향후 의사들의 방어진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즉 의료행위에 대한 결과만을 중시한 판결로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면 일선 의사들이 적극적인 소신 진료를 할 수 없어 국민 건강권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명약관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라남도의사회는 고의성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료인의 책임을 면제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필수 회장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엄격한 잣대를 대고 처벌을 강화한다면 의료과실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이번 법원의 판결은 의료행위의 구조적 문제와 현실을 도외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법당국의 부적절한 판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추후 13만 의사들이 참여하는 의료인 구속 규탄 전국의사총궐기대회, 단계적 파업투쟁 등 의료계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의총, 의협 대정부 투쟁 앞장서야=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에서는 의협 측에 즉각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전의총에 따르면 단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응급환자를 도와줬음에도 살리지 못했다고 수억원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는가 하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면 과잉진료, 부당청구라고 비난받고 있다.

게다가 심평원의 지침을 지키며 최소의 방어 진료를 하다가 오진이 발생하면 의사로서 최선의 진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는 지경에 놓였다라는 것.

전의총은 “심지어 최근에는 국회에서 의사가 단순한 금고 이상의 판결만 받으면 무조건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까지 발의한다”라며 “의사의 면허라는 것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또 전의총은 “의협은 더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협상을 운운하는 정부에 끌려다니지 말고, 대정부 투쟁에 앞장서야 한다”라며 “정권에 휘둘려 중심을 잃은 법조인들 앞에 당당하게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마지막 최후까지 모든 것을 버릴 각오로 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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