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박지영 교수팀...특정 단백질 '엔도트로핀' 간질환 유발 규명

[의학신문·일간보사=이균성 기자] 세포외기질 단백질에서 유래한 신호전달 물질을 조절하면 만성 간질환을 잡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생명과학부 박지영 교수팀이 제6형 콜라겐에서 잘려나온 단백질 엔도트로핀(EndoTroPhin)이 간조직 내 미세환경을 변화시켜 만성 간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26일 밝혔다.

엔도트로핀과 질병의 상관관계 모식도

엔도트로핀은 간 손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간세포(Hepatocytes)와 비(非)간세포(Non-Parenchymal Cells)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엔도트로핀에서 나오는 신호가 간 세포를 죽게 만들고 죽은 간세포에서 나온 물질이 비간세포와 상호작용하면서 염증과 함께 간조직을 딱딱하게 만든다. 결국 '세포사멸-섬유화-염증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진행되면 만성 간질환과 간암이 발생한다.

박 교수팀은 간암환자들을 연구해 간조직에 엔도트로핀이 많을 경우 환자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고 예후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실험쥐의 간조직에서 엔도트로핀을 많이 만들어지도록 조절하자 간암이 발생하는 결과도 얻었다.

박 교수는 "엔도트로핀의 활성을 억제하는 치료용 항체를 사용하면 간조직 세포 사이에서 일어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며 "엔도트로핀이 만성 간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맞춤 치료제의 표적물질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도트로핀은 세포 밖에 존재하는 물질이라 혈액에서 쉽게 농도를 파악할 수 있다"며 "만성 간질환 초기에 많이 나타나는 엔도트로핀을 진단용 마커(marker)로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병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Journal of Pathology' 9월 23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박지영 교수팀은 이 결과를 기반으로 실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치료용 항체와 치료약물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