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문제, 주차장만차, 행사진행 등 어이없는 이유로 응급환자 골든타임 놓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중증응급환자는 신속한 응급처치와 역량 있는 의료기관으로 즉시 이송이 필요하지만 현재 응급의료 자원은 수도권 및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현재 정부는 전문 의료진이 탑승해 중증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이는 응급의료의 수혜격차를 해소하고 응급환자의 사망과 장애 감소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헬기가 이륙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등 닥터헬기 운영 시스템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급의료 현장의 고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대책마련이 지적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24일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닥터헬기 임무중단 현황’자료를 공개하고 이같이 비판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닥터헬기 이착륙 사용불가로 인한 기각‧중단 현황자료에 따르면, 총 기각‧중단 건수는 8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기각‧중단 사유 현황을 보면, 비인계점으로 인한 닥터헬기 이착륙 기각‧중단 건수가 전체의 61.3%에 달한다. 이어 주차장 만차 사유(13.8%), 행사 진행 사유(10%), 제설 미실시(7.5%)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응급환자 이송 가능 헬기를 보유하고 있는 부처는 보건복지부, 해양경찰청, 소방청이다. 하지만 문제는 각자 보유한 헬기를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을 뿐, 부처간 협조체계 구축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김승희 의원은 “부처간 협조체계 구축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인계점이 아니더라도 해양경찰청 및 소방청의 협조를 통해 닥터헬기의 이착륙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국종 교수(사진)는 “영국의 경우 환자가 도보로 50m 이상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알파’ 포인트를 정해 지역 소방본부의 도움을 받아 어디서나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영국과 같은 수준의 인계점을 갖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희 의원은 “닥터헬기는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인데, 정작 인계점 등의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닥터헬기의 충분한 역할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며 “닥터헬기의 운용 활성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제도 및 예산 지원, 시민의식 개선 등의 기반이 더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닥터헬기 점검, 업체에만 맡기고 정부는 나몰라라?

아울러 김 의원은 “정부가 헬기업체에만 점검을 맡겨두고, 나 몰라라 하는 안일한 점검 태도를 바꿔야 한다”며 닥터헬기 점검시스템에 대해 비판했다.

2017년부터 2018년 8월까지 닥터헬기 출동이 기각되거나 중단 결정된 사례 중 '닥터헬기의 기체이상으로 인한 임무중단 및 기각 건은 총 7건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해당 헬기가 모두 헬기업체의 당일 혹은 전날 점검 결과, ‘양호’점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특히 닥터헬기 점검 미흡으로 출동이 중단 및 기각돼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환자는 심부전 상태였고, 심부전은 초기 치료가 중요한 촌각을 다투는 질병이기 때문에 응급의료가 절박했지만, 헬기 점검 미흡으로 헬기 출동이 중단돼 결국 환자가 사망하는 사태에 이르렀다는 것.

해당 헬기는 1년 10개월 간 운행된 상태였고, 기체이상 전 마지막 점검인 당일에도 점검결과 양호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김승희 의원은 “응급환자는 언제,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닥터헬기의 기체점검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무작정 헬기업체에게만 기체점검을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이 기체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관련 시스템 마련에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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