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일각, 의사회 간 내분만 조장…직선제 회장 선거 시기만 조율했어도 충분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내홍을 겪고 있는 산부인과의사회의 통합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의협이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계획 없이 추진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최대집 회장이 공약이행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진행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

기존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간선제 회장 선출 방식에 반발한 산부인과 의사들이 지난 2015년 10월 회원총회를 갖고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창립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지난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산부인과의사회 통합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아직 내부조율 중이기에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어떠한 계획이나 로드맵도 없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부터 잘못된 방향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의협이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해서 결과에 따라 그 다음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로드맵조차 없이 의견을 조율 중이라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협이 중앙단체로서 진정으로 산부인과의사회의 통합을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면 결과에 따라 즉각 로드맵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이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권고나 개입을 통해 산부인과 의사들의 민의를 반영한 움직임을 즉각 이행했어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협이 개입하면서 오히려 산부인과의사회의 내분만 과열시켰다는 지적과 함께 의미 없는 설문조사로 K-Voting 시스템 비용만 낭비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설문조사의 문항을 보면 이미 답이 정해진 것이 대부분”이라며 “산부인과의사회의 통합과 정상화는 모두가 바라고 있고, 직선제 회장 선출까지 의결된 사안이라서 사실상 논란이 되고 있는 선거 시기만 조율했으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즉 의협이 직접 의사회 대표를 만나 협의를 진행하고, 직선제 회장 선출 시기에 대한 결론을 권고하면 될 일”이라며 “굳이 설문조사를 실시해 오히려 의사회간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이충훈)에서도 설문조사에 대해 ‘의미 없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충훈 회장은 “선거 시기에 관한 것은 정관을 개정하기 전에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은 의협에서도 잘 알고 있는데 의사회 정관 규정은 밝히지 않고 편향된 조사를 실시해 유감”이라며 “설령 설문조사 결과가 이행된다하더라도 또다시 소송과 반목의 과거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결국 규정을 준수하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서 선거를 원칙대로 치르는 것이 정당하다”라며 “진정으로 통합을 원한다면 분열을 조장하는 설문조사보다는 하루빨리 임의단체를 해산하고, 복구시켜 화합돈 가운데 차기 선거를 치러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의협이 직접 중립적인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 개입하길 바라고 있다.

김동석 회장은 “의협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만큼 통합을 위한 다음 단계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민의를 확인했고, 지도감독권이 있는 의협에서 정리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의협은 설문조사 결과대로 올해 안에 산의회 통합을 위해 직선제 회장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상세한 일정을 밝혀야한다”라며 “선거는 의협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학회와 각 의사회 대표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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