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상 5년간 보존해야하는 수술실 출입관리대장, 분실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최근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대리수술을 진행하면서 환자가 뇌사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문제로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등 보건의료계에서 대리수술 문제가 화제에 오른 가운데 국립암센터에서도 의료인이 아닌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수술실에 여러차례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의원(사진)은 국립암센터가 제출한 ‘2018년 수술실 출입관리대장’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의료를 선도하는 국립암센터 수술실에 의료인이 아닌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2018년 1월부터 10월 11일까지 284일 동안 118명, 301차례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별 방문건수를 살펴보면, 2018년 1월부터 10월 11일까지 암센터 수술실을 가장 많이 방문한 A업체는 46회, B업체는 35회, C업체는 28회, D업체는 21회 순 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5~10회 출입한 업체가 7곳, 2~4회 출입한 업체는 16곳이었다.

수술실 출입목적 사유별로 살펴보면, 참관이 전체 방문건수 301건 중 54.4%에 달하는 164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육이 20건, 장비 설치 후 시험 테스트를 진행하는 ‘demo’도 1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매주 한 차례 꼴로 수술실을 방문한 A 업체는 2018년 1월부터 10월까지 46회에 걸쳐 암센터 수술실에 출입했는데, 이 중 설치와 장비점검 3건을 제외한 43건이 참관(35건), 교육(1건), 데모(7건)를 목적으로 출입했다고 기재했다.

수술용 로봇을 납품하는 B 업체는 2018년 1월부터 10월까지 총 35회 수술실에 출입했는데 그 중 참관과 교육목적으로 수술실에 33회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5건 중 26번(74%)을 동일한 직원이 방문했는데, 출입사유는 참관 16회, 교육 9회, A/S 1회 순 이었다.

그 밖에 C업체는 참관 목적으로 세 명의 직원이 각각 14회, 11회, 3회 수술실에 출입했으며, D업체는 1명의 직원이 참관 목적으로 20회 수술실에 출입했다.

정춘숙의원에 따르면 국립암센터는 2017년도 수술실 출입관리대장이 분실돼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수술실 담당자는 이전 직원이 폐기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지만 국립암센터의 내부 규정상 보안문서로 분류되어 5년 간 보존해야 하고 폐기할 경우, 일정한 장소에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정춘숙 의원은 “의료기기 업체 직원의 잦은 수술실 출입과 관련하여 대리수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자들이 앞으로도 국립암센터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수술실을 출입한 의료기기업체의 방문사유와 대리수술 실태조사를 실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립암센터측은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참관해 의료기기의 올바른 사용이나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현재 자세한 경위를 파악중이며 곧 대책과 해명자료를 발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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