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무릇 스승은 사표(師表)가 되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학식과 덕행이 높아 남의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갖춘 좋은 의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배우고 닮아갈 좋은 롤모델 교수가 있어야 한다.

의학 전문직업성은 의대생이나 전공의에게 명쾌하게 가르쳐야 할 주제다. 하지만 문제는 교수진이 이러한 특성에 대하여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전문직업성의 특성뿐만 아니라 현대 전문직업성과 관련된 책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롤모델 역시 많지 않다.

이런 문 제점을 두 고 쿨 러한(Coulehan)은 Today’s professionalism에서 “전문직업성 교육의 큰 변화를 위해 처음 필요한 일은 각 의학교육 단계에서 전문직으로서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의사 수를 많이 늘리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롤모델’ 의사수 더 많이 늘려야

교수들이 의학 전문직업성의 개념과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문직다운 태도와 행동, 전문직 윤리와 가치를 심어줄 롤모델이 되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교수개발(faculty development)이라고 한다. 교수개발은 교육기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교수진을 새롭게 하거나 돕는 광범위한 활동으로 정의된다. 교육기관과 교수가 그들의 다양한 역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짜여진 일련의 프로그램이다. 교수진이 지식과 술기 향상을 통해서 롤 모델링을 증진시키고 정규교육과정과 비정규적 교육과정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능력을 배양시켜 주는 과정이다.

의학 전문직업성 최선의 교육은?

의학 전문직업성 교육에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에 대한 일치된 의견은 없으나 대개 두 가지 관점으로 접근한다. 첫 번째 관점은 주제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그룹이다. 정규 과정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으며, 전문직의 특성을 명쾌하게 만들고자 한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전문직업성을 정의하고 특성을 나열하고, 신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사회와 의학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학이 전문직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부응해야만 하는 의무에 대한 개요를 제시한다.

한편 다른 관점은 전문직업성을 가르치는 일은 주로 도덕적 노력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타심과 섬김을 강조하며, 롤 모델링의 중요성과 자기인식을 증진하려는 노력과 사회봉사 그리고 다른 경험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강조한다.

어떠한 원칙이든지 평범한 사람을 숙련된 전문직으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의학 교육의 복잡한 특성과 반드시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두 가지 접근법의 차이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에서 벗어나 양쪽 그룹에서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

잘 짜인 교수개발 프로그램은 전문직업성을 가르치는데 관계가 있는 여러 분야에 도움이 된다. 전문직다운 행위(professional behavior)에 모범이 되면서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동료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환경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적인 지식그룹이 되기도 한다.

또한 교수개발은 교수진 전체를 대상으로 여러 부서와 학제들이 폭넓은 공감대를 이루도록 유도한다.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은 좀 더 박식해지고, 진취적이며, 더 나은 롤모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적이며 잠재적인 교육과정(informal and hidden curriculum)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지도전문의’ 도입 5년 지났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해 2013년부터 지도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었다. 지도전문의 자격은 해당과목 수련병원에서 1년 이상 실무경력을 쌓았거나 지도전문의 교육을 이수한 자다. 최초 교육을 받은 후에는 5년마다 교육을 재이수해야 한다. 지도 전문의 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되었지만 정작 의학 전문직업성 특성과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교수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교수개발 과정이 제공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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