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부위마취·척추마취 등 종류 무관 급성 신손상 발생 여부와 예후 비슷해
분당서울대병원, 신손상 위험 있는 환자 신장 기능 면밀한 감시·평가 필요성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국내 의료진이 마취방법에 상관없이 수술 후 급성 신손상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 연구팀은 10년 이상의 대규모 코호트연구 분석을 통해 수술 후 급성 신손상 발생 위험을 마취방법별로 최근 연구했다고 17일 밝혔다.

수술 후에는 직접적인 수술 부위가 아니더라도 신체 전반의 기능에 관여하는 장기에 무리가 올 수 있는데 대표적인 신체 장기가 신장이다.

실제로 각종 수술을 받은 환자의 5~10%는 여러 원인에 의해 갑작스럽게 신장 세포가 손상을 받아 신장 기능이 감소하는 ‘급성 신손상(Acute Kidney Injury)’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급성 신손상의 위험인자로는 일반적으로 고령, 당뇨, 만성콩팥병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이외에도 심장수술과 같은 수술적 처치도 급성 신손상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를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몸에 노폐물이 쌓이고 소변 배출이 줄어들어 체내 수분균형이 깨진다는 것인데 이렇게 한 번 손상된 신장은 다시 원상태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

특히, 급성 신손상이 발생하면 말기 신부전증으로 이어지거나 투석 위험도와 사망률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며 수술 후에도 면밀한 감시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김세중 교수 연구팀은 혈청 크레아티닌이 0.3mg/dL 이상 증가하거나 50% 이상 증가한 환자를 ‘급성 신손상 환자’로 정의하고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 7만4524명의 수술 전 신장 기능 검사 결과와 수술 후 급성 신손상 발생 여부를 확인했다.

단, 이 중 수술 이전에 신장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평균 혈청 크레아틴 수치가 높은 환자 2만1040명은 연구에서 제외됐다.

연구는 수술 시 전신마취를 받은 환자군(4만1996명)과 그 외의 마취(부위마취, 척추마취, 감시하 마취관리 등)를 받은 환자군(1만1488명)을 나눠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를 통해 급성 신손상 위험 정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전신마취 후 급성 신손상 발생률이 전신마취 이외의 마취 후의 경우와 비교해 유사한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술 후에는 마취종류와 무관하게 급성 신손상의 위험이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또한 급성 신손상이 발생하면 이후 말기 신부전증이나 사망의 위험이 동일한 정도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적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는 전신마취 이외의 마취가 급성 신손상 발생 및 환자의 예후 면에서 전신마취의 경우보다 안전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결과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세중 교수는 “전신마취가 아닌 마취방법으로 수술 시 급성 신손상이 얼마나 발생하는지에 대한 평가는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이라며 “혈액 검사와 같이 간단한 검사를 통한 대규모 임상 자료를 재해석하고 활용한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급성 신손상은 수술 후 환자에게 소변양 감소, 부종 등과 더불어 심할 경우에는 신장투석의 위험을 높이고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러한 위험을 가진 환자의 신장 상태 및 기능에 대해서는 특히 감시와 평가가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SCI급 국제 학술지 ‘메디슨(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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