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피해자 제기 소송에서 정부,“신종감염병에 대한 초기대응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책임 회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사망자 및 확진‧격리자 등 피해자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 정황이 발견돼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의원은 11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메르스 손해배상소송에 있어 정부의 소송대리인인 정부법무공단이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15년 7월, 메르스로 사망한 피해자의 자녀 등 4인이 대한민국과 의료법인 성심의료재단, 서울시 강동구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으로, 지난 8월 21일 원고 패소 확정된 사건이다(2015가단121889). 최종판결까지 약 3년 1개월이 소요됐다.

당시 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의 소송대리인은 정부법무공단이 맡아 원고들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데, 문제는 지난 5월, 정부법무공단이 준비한 준비서면에 메르스 대응 책임을 회피하는 주장이 실린 것.

지난 5월, 정부법무공단이 준비한 준비서면

해당 준비서면은 지난 2016년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18개 관련기관을 대상으로 메르스 사태 전반에 대한 원인 규명과 정부대책의 적정성을 점검하기 위해 실시한 감사결과를 사실상 정면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감사원은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에서 “충분한 준비기간과 전문가들의 여러 차례 권고에도 메르스 위험성을 간과하고 지침을 잘못 제정하는 등 사전대비를 소홀히했고, 최초환자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수행했다"며 초동대응에 실패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준비서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신종감염병에 대한 초기대응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책임을 회피함과 동시에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부정했다.

또한 감사원은 “병원명 공개 등 적극적 방역조치 지연과 14번 환자 관련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방역조치 부실로 대규모 확산”을 야기해 확산방지에 실패했음을 지적했지만 정부는 “국내에 없는 신종감염병으로 이에 대한 지식 및 자료가 부족하다며 더욱이 지나치게 과밀한 우리나라 응급실의 특수성과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불필요한 의료쇼핑 문화, 일반인이 제한 없이 병원에 출입하는 병문안 문화를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돌렸다.

기동민 의원

이에 대해 기동민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부실한 초동대응과 대규모 확산 관리 실패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책임을 느꼈다면 이러한 준비서면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소중하게 여기고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진심이 왜곡되지 않도록 재판 준비과정에서도 정부 당국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피해자의 마음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메르스 사태에 대해 감사원은 충분한 준비 시간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복지부는 손해보상 소송에서 법원에 제출한 해명을 통해 당시 대응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박능후 장관의 생각을 물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의료인의 입장에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다고 본다”고 답변하자 기 의원은 “의료인은 그럴수 있지만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책임을 회피하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박 장관은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은 당연하다”며“향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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