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윤경의 클래식 편지<2>

피아니스트 김윤경의 클래식 편지

청년 멘델스존

[의학신문·일간보사=의학신문] 모든 것을 다 가진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완벽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유명한 철학가이자 사업가인 할아버지와 부유한 은행가 아버지를 두었고, 명성 높은 상류사회의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름다운 외모과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인 그는 음악, 미술, 언어, 스포츠 등 모든 면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습니다. 이 남자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쉽게 주어진 인생이었지요. 그는 유일하게 시인 괴테가 인정했던 두드러지는 천재음악가였고, 어릴적부터 성숙했던 그의 예술 작품들로 인해 찬란한 영광을 누리는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바하, 베토벤, 슈베르트 같은 전 시대 위대한 작곡가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그들의 음악을 세상에 전파한 천부적인 해석자이자 음악 기획자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저택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유명인사들을 초대한 음악회가 열렸고, 그의 작품들은 다른 후원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초연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모든 사람이 기대하듯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 아니었습니다.

어릴적부터 하루의 일분 일초를 유익하게 보내도록 길러진 그는 평생 스스로의 천재성에 걸 맞는 수많은 책임들을 감당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도 철저하고 꾸준히 탐험하는 혹독하고도 충실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인생은 행복과 여유보단 엄청난 활동으로 빽빽했고 평생 스스로의 한계에 도달하는, 비극적으로 숨가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서른 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그의 데스마스크는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이는 충격적인 인상을 주니깐요.

천재 음악가로 평생 숨가쁘게 살아

이렇듯 부럽다면 부러운, 안타까우면 안타까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낭만시대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 입니다.

어떤 이들은 의심합니다. 수월한 성공을 이룬 인생을 산 멘델스존의 음악의 깊이와 진정성에 대하여… 하지만 유복하였다고 하여서 투쟁이 없었던 인생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과 애착을 가지고 있었기에 최고의 음악을 만들기 위하여 끊임없이 분투하였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음악에 비해 언어는 너무 불분명하고 애매모호하여 자신의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다” 어쩌면 창작은 그에게 있어서 그 어떤 말보다도 정확하고 확실한 소통의 방법이었을 겁니다. 아마도 천재로써 주목 받았던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었거나 지나치게 높은 자존심과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이 삶을 더 혹독하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치열한 삶이 지금 현대인들에게는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우리는 무엇인가를 쟁취하고 이루기 위하여 열심히 달립니다. 아마도 우리가 지금 무단히 얻으려고 노력하는 많은 것들을 멘델스존은 이미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명예와 부·인맥·재능·두뇌·외모를 소유하고 있었고, 평생 근면성실함을 보인 음악가이자 자상한 가장, 즉 겸손한 부르주아였다고 할 수 있지요.

당신은 과연 행복한 인생입니까?

하지만 멘델스존 자신은 그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과연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행복하고 편안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그는 항상 지나친 피로에 녹초가 되어있었고, 많은 일을 동시에 감당하며 갈등하였고, 보다 완벽한 작품을 위하여 끊임없이 수정에 수정을 반복합니다.

우리는 흔히 생각을 합니다- 내가 이것만 쟁취하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조금만 더 뛰어나면, 조금만 더 가지면- 하고 말입니다. 과연 더 이루고 가지기 위한 선택의 결과는 항상 우리에게 만족과 행복을 안겨줄까요? 멘델스존은 완벽에 가까운 인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완벽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결혼 후 아주 짧은 행복을 맛보았으나 결국 자신을 한계에 밀어붙이는 치열한 삶을 선택함으로써,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지요. 모두의 각광을 받는 찬란한 삶을 살았고, 기막히게 아름다운 음악을 우리에게 남기고 떠난 그에게 저는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과연 행복한 인생을 살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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