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 식 부산백병원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비호지킨림프종의 일종인 소포림프종 치료에 많이 사용하던 치료법이 9월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긴 치료기간,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삶의 질 하락을 숱하게 겪었던 소포림프종 환자들의 희망 하나가 이루어졌다.

비호지킨림프종의 한 아형인 소포림프종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문제는 없으나, 재발이 잦고 치료기간이 길다. 보통 50~60대에서 호발하지만 젊은 환자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진행병기 및 환자 상태에 따라 항암화학치료를 시행하는데, 문제는 항암치료 시 생기는 탈모 부작용이 환자 삶에 제법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특히 소포림프종에 주로 사용해온 표준 항암요법은 탈모 부작용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여성은 물론, 남성 환자 역시 탈모 부작용으로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 그리고 심리적 지장을 겪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던 적이 수도 없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항암치료에 의한 탈모는 약 65%의 환자에서 나타나며, 여성 환자의 47%는 항암치료의 가장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탈모를 꼽았다. 환자의 8%는 탈모 때문에 항암치료를 거부한다는 조사도 있다. 탈모로 인한 외모변화가 크기에 환자에게 심리적 충격을 안긴다. 어색함과 슬픔, 혐오감, 분노, 우울 등을 유발시켜 자신감을 하락하게 만들며, 이로 인해 대인관계 기피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탈모가 병세 악화요인은 아니지만, 환자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요한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이번 보험급여 적용과 관련한 치료법은 혈액학적 독성 등 부작용 위험이 낮으면서 탈모 발생 위험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오래 전부터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및 유럽임상종양학회(ESMO) 등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에서 소포림프종 치료에 우선 권고되는 치료법인 ‘벤다무스틴-리툭시맙 병용요법(이하 BR요법)’은 기존 치료법 대비 치료효과도 좋으면서 탈모 위험이 적은 치료법이다.

실제로 기존 표준요법 중 하나인 R-CHOP과 BR요법의 치료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한 임상연구에서 R-CHOP은 탈모 발생률이 100%인 반면, BR요법 투여군은 탈모 발생률이 0%였다. 투병 중에도 일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치료옵션이 아닐 수 없다.

‘심벤다’가 국내 출시 된 지 7년이 지나서야 보험급여를 받게 되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오래도록 바라왔던 BR요법 사용의 길이 넓어졌다. 소포림프종을 비롯한 비호지킨림프종은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치료옵션이 많지 않고 질환 인식 및 사회적 관심도 낮다. 아형이 매우 다양한데, 아형 별로 환자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충분한 치료 데이터 확보나 치료 접근성 개선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비호지킨림프종 증가가 전망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입증된 치료요법의 접근성 향상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소포림프종 약제의 급여적용 소식을 발판 삼아 소외된 다른 비호지킨림프종 환자들에 대한 치료 접근성과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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