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일산병원, 뇌경색 환자 1160명 표준화 빅데이터 기반 지도 개발
뇌경색 원인 진단에 결정적 도움 줄 것 예상…현존 최고 수준 해상도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를 탄생시켜 화제다.

뇌경색의 원인 진단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현존 최고 수준 해상도를 갖춘 지도이기 때문이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신경과 김동억 교수(왼쪽)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가참조표준센터 김창근 책임연구원.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신경과 김동억 교수 연구팀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박상열) 국가참조표준센터는 전국 11개 대학병원의 뇌경색 환자 1160명의 뇌 영상 데이터(MRI·MRA)를 기반으로 뇌혈류지도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뇌혈관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암과 심장질환 다음으로 가장 높은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뇌 조직이 혈류공급을 받지 못해 괴사하는 뇌경색이 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뇌경색은 뇌에 혈류를 공급하는 세 종류의 대뇌동맥(중대뇌동맥, 후대뇌동맥, 전대뇌동맥) 혈관계 중 한 곳 또는 여러 곳이 막혀서 발생한다.

실제로 대뇌동맥 혈관계가 한 곳이 막혔는지 두 곳 이상이 막혔는지에 따라 검사 방법, 처방약의 종류 및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막힌 혈관계의 정확한 파악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종류의 대뇌동맥은 뇌를 세 부분으로 나눠 각각의 혈류 공급을 담당하는데 여기서 착안한 것이 각 대뇌동맥이 지배하는 뇌의 영역을 영토처럼 구분한 뇌혈류지도다.

현재 병원에서는 뇌혈류지도를 뇌경색 환자의 영상 데이터와 비교하여 원인이 되는 뇌동맥을 진단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뇌혈류지도가 20~100여명의 적은 표본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확실도가 커지며 진단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

김동억 교수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는 약 1200 cc의 뇌를 1.5cc 크기의 미세 조각들로 나눠 특정 뇌동맥이 막혔을 때 뇌의 어떠한 부위에 뇌경색이 발생하는지 통계적인 확률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의료계에서 100년 가까이 사용 중인 기존 저해상도 뇌혈류지도에 중대한 오류가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뇌혈류지도: 각각의 대뇌혈관이 혈류공급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색으로 구분(빨간색–중대뇌동맥/녹색–전대뇌동맥/파란색–후대뇌동맥)

김 교수 연구팀의 뇌혈류지도는 특정 기간 동안 11개 대학병원의 급성뇌경색 입원 환자 총 1160명 전수의 MRI 데이터를 정량분석해 개발했다.

병원마다 장비나 측정방식의 차이로 생길 수 있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표준화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일선 병원에서 참조표준으로 바로 믿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관련 김동억 교수는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는 뇌경색의 원인 진단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약물 선택 시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며 “의료의 질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 및 국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RISS 국가참조표준센터 최종오 센터장 또한 “1만 개 이상의 영상 슬라이스를 생산단계부터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여 완성한 참조표준”이라며 “표준화된 의료 빅데이터는 일반 진료는 물론 인공지능 진료의 신뢰성 또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국가참조표준데이터개발보급사업의 지원을 받아 실시됐으며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 IF 11.46)’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는 진료실에서 걸어두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판 형태로 제작돼 연내에 무료 배포될 예정이다.

1. 뇌혈류지도는 무엇인가?

▲뇌혈류지도: 특정 대뇌혈관이 막혔을 때 뇌의 어떤 부위에 뇌경색이 생기는지 조각별로 역학적(epidemiologic)인 확률을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 뇌지도
▲특정 대뇌혈관이 혈류공급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각기 다른 색으로 표시했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환자의 뇌 영상 사진과 비교하여 손쉽게 막힌 혈관을 파악할 수 있다.
▲전국 11개 대학병원에 입원한 급성 뇌경색 환자 1160명의 MRIㆍMRA 빅데이터(약 4억 복셀/ 1만 영상 슬라이스/1160명x700임상정보)를 기반으로 개발, 최고 수준의 해상도을 제공한다.

2. 이번 성과의 의의는?
▲기존 뇌혈류지도는 약 20~100여명 정도의 사체나 피험자를 대상으로 수행된 과거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상도와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기존 뇌혈류지도에 전대뇌동맥과 후대뇌동맥의 영역으로 표시되었던 뇌의 부위 일부가 중대뇌동맥의 영역이었음을 밝혀냈다.
▲100년 이상 학계의 정설로 인정되며 의학 교과서에도 실려 있던 뇌혈류지도의 오류를 밝혀낸 이번 논문에 대해 뇌졸중 분야 세계적 석학인 호주 멜버른 대학의 제프리 도난(Geoffrey Donnan) 교수는 ‘탁월한 업적이며 앞으로 classic(고전)이 될 논문이다’고 평했다.

3. 2014, 2016년 연구성과인 ‘허혈뇌지도’와의 차이점은?
▲허혈뇌지도는 만성적으로 뇌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허혈성 뇌 손상’의 정도를 판정하고자 우리나라 뇌경색 환자 기준 1등부터 100등까지 구분해 놓은 것이다. 뇌혈류 순환 관련 뇌 건강 정도를 판단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뇌혈류지도는 각 대뇌동맥이 지배하는 뇌의 부위를 국가 영토처럼 색깔로 구분해 놓았기 때문에 ‘지도’라는 명칭에 더욱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급성 뇌경색 환자의 원인 진단과 뇌졸중 재발 방지 치료에 즉시 활용할 수 있고, 기존 연구의 오류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더욱 큰 의의를 갖는다.

4. 국가참조표준 상세 설명
▲참조표준: 과학, 기술, 산업 활동에서 생산되는 모든 측정데이터 및 정보를 과학적으로 분석・평가하여 정확도와 신뢰도를 공인함으로써 국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널리 지속적으로 사용되도록 마련된 자료 (물리화학적 상수, 공인된 물성 값, 공인된 과학기술 데이터 및 통계 등)
▲참조표준은 성문표준, 측정표준과 함께 3대 국가표준에 속한다.
▲참조표준 사례: 플라즈마 물성 데이터, 혈당 데이터, 한국인 경동맥 두께, 한국인 비만 지수, 지역별 일조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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