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2018년 국정감사가 코앞이다. 국회는 오는 10월 10일부터 약 20일에 거쳐 17개 상임위원회별로 피감기관들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보건복지위원회도 10일과 11일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본부,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1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5일 종합감사 등 세부 일정을 확정한 상태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예산정보 유출 논란 등으로 정치권에 격랑이 일고 있지만 국감 자체가 무산될 것 같지는 않다.

국정감사는 3권 분립의 실현 차원에서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감시와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1987년 개정 헌법에 명문화돼있다. 이같은 존재이유에도 불구, 30일 이내로 정해진 기간동안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전반을 포괄적으로 감사하는데 따른 적절성 시비는 끊이지 않는다.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거나 의원 개인의 인기몰이를 위한 한탕주의가 심하다거나, 수많은 증인 및 참고인들을 불러놓고는 모욕주기나 군기잡기에 치우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대통령제 국가 중 국감을 여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보니 “혼내기식 지적질, 갑질이 지나치다”는 류의 비판은 생산적 국회상에 대한 국민적 갈망과 맞물려 국감 폐지논란을 증폭시켜온 게 사실이다.

한 해의 3/4를 지나보낸 10월이 되면 기업이나 조직, 가정이나 개인이든 점검과 복기, 나름의 결산 기제를 작동하기 마련이다. 올해 세웠던 계획이나 다짐을 어느정도 실행했는지, 미흡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 원인이고 걸림돌이었는지 등을 따져보게 된다. 그래야 그나마 남아있는 1/4의 시간들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역시 10월 들어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의결한 올해 사업계획의 이행 정도와 부서별 사업비 집행 실태 등을 점검하는 과정에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제약주권의 보루이자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미래 국가성장동력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협회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가 주요 기준점이다.

협회 전체는 물론, 각 부서의 그간 실적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업무담당자나 관리자의 실천 의지가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역량이 기대치에 못미친 것인지 또는 이해 관계자들과의 의사소통과 협업에 어떤 장애가 있었는지 등을 짚어봐야 한다.

미래를 향한 질문이 문제해결 출발점

최근 피드백(Feedback)과 피드포워드(Feedforward)의 개념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가 있었다. 한때 같은 직장에 몸담았다가 대형 포털회사의 임원을 거쳐 지금은 기업 코칭을 하고 있는 후배와의 점심자리에서였다. 그는 직장 후배들, 자녀들과 연관된 몇 가지 어려움과 아쉬움을 토로하던 내게 물었다. “선배는 피드백을 하세요? 피드포워드를 하세요? 직장이나 가정에서 과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미래를 향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입니다”라고 말했다. 헤어진 이후 후배는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둘의 대화와 메일에 담긴 요지는 이렇다.

리더들이 직원(동료, 후배, 자녀)들에게 전달하는 피드백은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하기 위한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이자 중요한 조직관리 기법이다. 하지만 모든 유형의 피드백은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피드백은 과거에 초점을 맞춘다. 말하자면 이미 일어난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미래를 바꿀 수는 있다. 훌륭한 피드백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피드백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이 피드포워드다. 피드포워드는 조직 구성원들의 미래에 바라는 일을 마음속에 그리고, 긍정적인 미래에 초점을 맞추게끔 도와준다.

그러면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미래에 관해 질문하는 피드포워드는 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일까? 피드백은 쌍방향이 아닌 일방적인 방향의 판단과 충고, 질책이 중심이 되며 문제중심, 결과중심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몇 번을 강조했었는데…. 도대체 이건 뭔가?” “누가 책임 질 것인가?”와 같은 류의 질문을 들 수 있겠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 등의 이유를 들이대며 이처럼 질문으로 위장한 질책이나 추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피드포워드는 현재의 잘못된 방향 또는 결과를 피드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엎질러진 ‘잘못된 방향 또는 결과’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로잡고, 또 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미래형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리 시도해볼 것은 무엇인가?” “이 일을 해결하는데 장애물이나 걱정되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 말해 달라” “당신은 이 일이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가? 단기적으로는? 장기적으로는?” “내가 도울 게 있다면 무엇인가?” “다음에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이다.

어찌 보면 입법부나 기업이나 조직, 가정이든 원리는 같다고 본다. 과거 또는 현재의 잘못된 결과나 방향에 대해 비판하고 지적질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권력 우위자이거나 리더 입장에선 손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조직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성장에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과거와 결과 중심적 피드백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상처와 스트레스를 낳고, 상호 신뢰와 소통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피드포워드 경연장 되길

10월의 어느 멋진 날, ‘국감 대목’의 개봉박두에 달뜬 국회의원들과 올 한해 성적표를 챙겨보고 있는 기업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리더들 그리고 자녀와의 ‘2018년 소통 장부’ 손실에 속을 끓이고 있는 가장들에게 권한다. 문제나 불통,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진정한 마음과 언어를 열린 질문에 담아,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로 던져 보시라. 바라건대 국회 보건복지위 등의 올해 국정감사장에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이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 혁신 성장을 통해 ‘국민에게 건강과 일자리를 드리는 국민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한껏 수행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피드포워드의 경연이 펼쳐지면 좋겠다. 그저 헛된 꿈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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