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일각서 “필수의료 리스트업-보장범위 제외 항목 등 구체적 합의 없어” 지적
강경 투쟁 최대집 회장 어디갔나? 정부 로드맵대로 끌려다니는 어설픈 대응 불만 높아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와 관련 보건복지부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밝히자 의료계 내부적으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의정간 합의된 내용을 보면 의협에서 요구했던 논의 기구 설치나 구체적인 문재인 케어(문케어) 실행방안에 대한 명확한 정부의 답변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의정간 합의가 의협 최대집 회장이 정부의 응답기준을 9월말로 정한 것에 대한 투쟁 면피용으로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협은 지난달 28일 복지부와 문케어를 비롯해 보건의료제도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문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최대집 의협회장(왼쪽)과 복지부 권덕철 차관(오른쪽)

구체적으로 의정은 국민 건강을 위해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진행키로 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오는 10월 25일 열리는 의정실무협의체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적정수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이밖에 교육상담, 심층질환 확대, 의뢰-회송사업 활성화 등 일차의료의 기능 강화와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과 의료인의 자율규제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는 최대집 회장이 강경한 투쟁을 전제로 제시한 가령 보장성 강화시 급여화 항목을 100개, 소요재정을 2~3조 수준으로 하자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을뿐더러 의정 대표자들이 문케어를 큰틀에서 논의하기 위한 기구 설치에 대한 것도 없다.

◆구체적 내용 없어 알맹이 없는 합의 불과=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기존에 의료계와 정부가 이미 협의했던 내용에 불과하다”라며 “예쁘게 포장만 했지 구체적인 합의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라고 지적했다.

즉 최대집 집행부가 전임 집행부와 차별화를 두고 마치 정부와 새로운 대합의를 이뤄낸 것처럼 발표했지만 실제 알맹이를 보면 기존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 차관을 만나 기존 공감대를 이룬 부분을 마치 대통령이라도 만나 단판이라도 지은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우습다”라며 “아주 당연한 것을 마치 대단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처럼 발표해 웃음거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새로운 합의였다면 필수의료에 대한 리스트업과 보장범위에서 제외항목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최대집 집행부의 현 대응만 봤을 땐 정부의 로드맵대로 따라가다가 합의하는 과정에만 이용당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우려했다.

결국 의료계 일각에서는 투쟁과 소통에 혼선을 빚으며, 방향을 잃은 최대집 집행부의 어설픈 문케어 대응이 오는 10월 3일 의협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쟁 성과 없다 인정한 꼴…독단적 행보 중단해야=아울러 이번 의정 합의가 최대집 집행부가 투쟁으로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의료계 한 임원은 “사실상 문케어가 투쟁이 아니라 협의를 해야하는 문제라는 것을 최대집 집행부가 증명한 셈”이라며 “투쟁으로 해낼 수 있다고 주장하다가 쓸모 없는 투쟁으로 허송세월만 보내고 논의할 시간을 빼앗긴 꼴”이라고 토로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에서도 “지난 추무진 집행부가 대화와 협상만을 중시하고 친정부적 행태를 보여 이에 실망한 의사회원들이 투옥까지 불사하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던 최대집 후보를 회장으로 지지했지만 출범이후 전 집햅부와 다를 것도 없고, 오히려 미숙한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협의회는 “이번 합의로 의료계는 더 이상 문케어 저지 투쟁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게 됐고, 수가정상화 역시 정부는 계속 논의만 할 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없게 됐다”라며 “의협은 지금이라도 의정대화 합의의 파기를 선언하고, 독단적인 행보를 중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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