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 교수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의학신문·일간보사] 의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인가, 아니면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는 학문인가? 의사들이 인간의 사랑과 생로병사를 포함한 인간의 삶에 대해서 매우 깊은 관여를 하고 있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된 이후에 인간의 질병이 아닌, 인간의 삶과 인생을 깊이 있게 생각하거나 고찰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최근에는 인간의 사랑이 호르몬의 작용이라든지, 인간의 생로병사가 유전자와 환경, 생활습관과 깊은 관련이 있다든지 하는 내용이 학술적으로 화두가 되고, 이를 학문적으로 증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또한 유전자 편집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 등 IT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간의 특성과 기능, 정의가 무엇인지를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현생 인류가 미래의 인류에 의해서 멸종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지만, 이러한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은 멈출 것 같지 않다.

특히 BT산업의 경우 국가간의 경쟁이 치열한 부분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포기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연구자들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이러한 기술 발전이 인간에 줄 수 있는 영향 등에 대한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미리 두려워하며 너무 과하게 규제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옳은 태도는 아닐 것이다. 다만,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우리 사회 스스로 같이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만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일부 미래학자들 사이에서만 있어서는 안 되고, 일반적인 사회의 구성원들 간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한 고민과 여론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의사는 사회의 이러한 고민을 이끌어 가는 선각자의 입장에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이를 뒤따라가는 입장에 있을 것인가?

당장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도 물론 중요하지만, 먼 미래의 우리 인간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이해와 판단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그러한 선각자 집단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첨단 의과학적 지식을 포함하여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기술과 인문학적 성찰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우리의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 의사들이 이러한 역량을 갖고 있을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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