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 건강 검진으로 각종 촬영 시행한 2100여 명 여성 대상 분석
유방동맥석회화 관찰된 여성, 그렇지 않은 여성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위험성 현저히 증가
골감소증·골다공증 있는 경우에도 심혈관질환 위험성 증가 가능성 있어 주의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국내 의료진이 여성의 심혈관질환이 유방촬영과 골밀도검사로 예측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된다.

여성 건강검진에서 유방동맥석회화 및 골감소증, 골다공증이 확인되는 경우에 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윤연이, 내분비내과 김경민, 영상의학과 윤보라, 순환기내과 서정원 교수 연구팀은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임상지표에 대해 최근 분석했다고 20일 밝혔다.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윤연이, 내분비내과 김경민, 영상의학과 윤보라, 순환기내과 서정원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를 방문해 유방촬영, 골밀도촬영, 관상동맥 전산화단층촬영(CT) 검사를 시행한 21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유방동맥의 석회화 유무, 골감소증의 유무가 관상동맥죽상경화반 유무를 예측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2100명 중 유방동맥석회화가 발견된 여성은 199명(9.5%), 골감소증·골다공증으로 진단된 여성은 716명(34.1%)으로 나타났다.

유방동맥석회화가 관찰되지 않은 그룹의 경우 14%에서만 관상동맥죽상경화반이 확인된 반면, 유방동맥석회화가 관찰된 그룹에서는 33%에서 관상동맥죽상경화반이 확인됐다.

또한 골감소증·골다공증이 관찰되지 않은 그룹의 경우 13%에서만 관상동맥죽상경화반이 확인됐지만 골감소증으로 진단된 그룹에서는 22%에서 관상동맥죽상경화반이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유방동맥석회화가 발생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관상동맥죽상경화반 발생 위험이 3.02배, 골감소증·골다공증으로 진단된 여성도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발생 위험이 1.91배 증가했다.

여러 위험인자를 함께 분석한 결과에서도 유방동맥석회화의 유무가 관상동맥죽상경화반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요인임이 밝혀졌다.

실제로 관상동맥죽상경화반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발생하는데 콜레스테롤과 같은 이물질이 심장동맥벽에 쌓여 점차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서 결국 심장동맥을 좁게 만든다.

이에 관상동맥죽상경화반으로 인한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이 유발되기 전에 이를 예방해야 한다.

더욱이 평균수명의 연장과 함께 여성에서의 심혈관질환 유병률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생명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심혈관질환에 대한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임상적 위험인자만을 활용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경동맥초음파 검사 또는 관상동맥석회화를 확인하기 위한 심장 CT를 활용하면 보다 정확하게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검사는 국민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아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없었던 것.

이 같은 한계점 탓에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이 국민건강검진에 포함된 유방촬영 및 골밀도검사를 활용해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연구팀은 유방촬영이나 골밀도검사의 경우, 일반적인 여성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으면서 위험도가 낮고 쉽게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추가 비용이나 방사선 노출 없이 여성의 심혈관질환을 조기에 예측하며 이전보다 빨리 진단받고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결과 유방촬영 및 골밀도검사를 통해 이미 관상동맥경화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여성, 즉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성이 높은 여성을 선별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지금까지 심혈관질환에 대한 위험도를 예측하고 치료하기 위한 연구들이 주로 남성 위주로 진행돼 여성의 심혈관질환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많았는데 유방촬영이나 골밀도검사를 통해 그 위험도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새롭게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심장 관련 학술지 ‘JACC Cardiovascular Imaging’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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