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학적 타당성 등 '가치기반' 심사 모색-무조건 비용 억제 서비스 악화 우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정윤 기자] 현행 청구건별로 '낱알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가 의학적 타당성 등 '가치기반' 심사체계로 획기적으로 바뀌는 방안이 논의된다.

즉, 기존에는 청구건별로 조각조각 나눠 기준 부합 여부를 확인하고 기준을 초과하면 일괄 삭감하는 방식으로 심사가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의료행위의 특성에 따라 의학적 타당성 유무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단위(의료기관, 환자, 질병, 특정검사항목 등)별로 지표를 설정해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개편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승택)은 19일 오후 심평원 서울사무소에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 제1차 회의를 열었다.

낱알식 심사를 수행하는데는 심사기관(심평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과거 비용효과성을 중심으로 설정된 제한적 급여(심사)기준이 아닌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스마트하고 탄력적인 제도 운영 필요성이 대두된데 따른 것이다.

현재 심평원 심사인력 596명이 연간 14억 건을 처리, 1인당 250만 건을 담당하는 상황이다.

이번 심사제도 개편의 골격은 '가치기반' 심사로의 개편이라고 할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심사체계 개편 T/F’를, 심평원은 ’심사평가체계개편단‘을 설치하고, 현행 심사체계의 한계점을 분석해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결과나 질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는 이른바 ’가치기반(Value-based) 심사평가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가치기반 심사평가체계란 인구 고령화, 건강보험 적용 요구 증가 등 의료비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무조건 비용 증가를 억제할 경우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기반한 것으로, 비용보다 가치에 우선을 둬야 한다는 체계다.

의료자원 투입과 성과 평가 연계를 강화하고, 환자에게 실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최종 결과가 좋으면 치료과정을 사사건건 제한하기 보다는 의료인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자율적인 개선노력을 장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행위별수가제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건강보험개혁과정에서 대두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 비용 보상 방식이다.

이번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 1차 회의는 그간 심평원을 중심으로 검토해 온 개편방향을 의료공급자 및 소비자(환자단체 등)와 공유하고, 전문가와 함께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이다.

대체적인 개편방향은 기존 청구건별로 조각조각 나눠 기준 부합 여부를 확인하고 기준을 초과하면 일괄 삭감하는 방식의 심사를, 의료행위의 특성에 따라 의학적 타당성 유무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단위별로 지표를 설정해 모니터링한다는 것.,

정부는 이상 청구 경향이 확인되는 경우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뒤, 도출된 원인에 따라 사전 계도부터 집중 심사, 수가 수준 및 기준 조정까지 다양하고 입체적인 중재(intervention)수단이 구현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특히, 지표설정 및 모니터링, 이상 청구 경향의 기준, 그리고 실제 중재 과정에서 의료계의 전문적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그간 심사평가과정에 사실상 배제되었던 소비자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 역시 마련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심평원 이영아 심사평가체계 개편실행반장은 “지난 40여 년간 항목별 청구 적절성 확인 위주로 운영되던 심사·평가의 패러다임이 환자 중심, 의료질 중심으로 거대한 전환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며, 이번 협의체 운영을 통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개선과제 및 실행계획을 도출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 반장은 “심평원의 업무 프로세스 등도 상당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법령·예산·전산시스템 등 제도 전반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와 개선 작업도 필요하다” 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이번 협의체를 통해 도출되는 개선과제들은 단기간에 끝낼 사안이 아니다”라며, “과제별로 체계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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