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용 임상 시기와 대상 약제에 따라 허가, 급여 상이
의약품 효과에 대한 오해 야기…고혈압과 비교에서 까다로운 조건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당뇨 치료제 시장 트렌드가 DPP-4억제제 SGLT-2억제제 병용으로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계에서는 이들 제제에 대한 병용 여부를 놓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는 DPP-4억제제와 SGLT-2억제제 병용투여 시 적용되는 ‘인정 비급여’ 관련, 같은 계열 안에서도 제품마다 기준이 각기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DPP-4억제제가 9가지, SGLT-2억제제는 4가지가 나와있고, 당뇨병 치료는 메트포르민이나 설포닌우레아, 인슐린까지 포함한 2제나 3제요법이 흔히 사용되고 있어,의료 현장에서 일일이 인정 비급여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어 하는 모양새이다.

[DPP-4억제제 + SGLT-2억제제 병용 인정 비급여 사용 조건]

현재 DPP-4억제제와 SGLT-2억제제 병용 투여는 건강보험 급여가 되지 않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병용요법으로 적응증 승인을 획득한 경우에 한해, DPP-4억제제 또는 SGLT-2억제제중 1일 약가 기준 더 저렴 약제를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인정 비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문제는 제품마다 적응증 획득 과정에서 제출한 병용 임상의 시기와 대상 약제에 따라 허가와 급여 조건이 조금씩 상이하다는 것. 한 예로, DPP-4억제제와 SGLT-2억제제를 2제 병용할 경우, 포시가(성분명:다파글리플로진)와 자누비아(시타글립틴)를 같이 사용할 경우에만 인정 비급여가 적용된다.

한편, 메트포르민과DPP-4억제제 조합에 SGLT-2억제제를 3제 병용할 경우,포시가는 자누비아혹은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과만 같이 쓸 수 있고,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은 자누비아,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은트라젠타(리나글립틴)만을 함께 쓸 수 있다.

병용 결정시 약제 사용의 순서도 중요하다. 자누비아를 사용하던 환자에게 포시가를 추가 병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대로 포시가를 먼저 쓰던 환자에서 자누비아를 더하고자 할 경우, 이와 같은 연구는 진행된 적이 없고 허가 사항에도 기술되어 있지 않아 허가 외 처방이 된다.

또한, 병용 제제를 잘못 매칭했다가는 삭감 대상이 되기 때문에 DPP-4억제제와 SGLT-2억제제 병용 급여 기준을 약제 별이 아니라 계열 전체로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당뇨병과 유사하게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서너 가지 제제를 조합해 치료하는 고혈압의 경우,제품 허가사항에 ‘본태고혈압’이라고만 되어 있고 어떠한 식으로 조합을 해도 급여가 가능하다.

당뇨병도 고혈압과 비슷하게 병용 제제마다 효능 효과가 상이하지 않은데 이처럼 까다롭게 관리를 하는 것은 자유로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당뇨 환자에 쓸 수 있다고만 기술하고 있고, 유럽은 단독과 병용 처방이 가능하다 정도가 추가로 포함되어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허가사항은 당뇨 제제 병용요법에 대해 너무 상세히 기술해 놓고 있어 마치 이런 병용을 해야만 약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며“DPP-4억제제가 9가지이고 SGLT-2억제제는 4가지인데, 양방향으로 병용 투여를 인정하려면 72가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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