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중 급박변…화장실을 찾아라
잦은 변으로 일상생활 힘들고 낮은 삶의 질 체험...질환 인식, 사회적 포용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길을 걷다가, 버스 안에서, 사람과 미팅중에 화장실을 찾는데 만약 찾지 못해 실수를 하게 된다면…

하루동안 크론병 환자가 되어 그들의 삶을 체험하는 다케다제약이 개발한 ‘In Their Shoes’ 프로그램에 참여 해 크론병 환자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봤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겪는 복통 체험 미션을 위해 배를 조이는 벨트로 복통을 체험했다.

평소 장염을 자주 겪어온 사람으로서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삶을 체험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호기심도 작용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앱과 전화 통화를 통해 하루동안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겪는 다양한 미션들을 체험하면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삶의 질이 얼마나 낮았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날 크론병 환자가 된 기자의 첫 미션은 대변 급박감이 느껴져 3분 안에 근처 화장실에 가서 화장실 문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제약사와 미팅중이라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 가서 사진을 찍고 사진을 보냈다.

화장실 사진이라 ‘쩝’

첫 미션을 완료하고 나니, 앱에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화장실을 자주 가기 때문에 탈수 위험이 있으므로 항상 물을 지참하라는 미션이 왔다. 다행히(?) 카페에 있어 생수를 사서 마셨다.

이날 화장실 사진을 찍어야 하는 미션이 10번 가까이 계속됐고 업무, 외부 미팅, 취재 도중 등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미션이 와서 시시때때로 화장실을 찾아 사진을 찍어야 했다.

대한민국에 화장실이 많이 있고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밖의 생활이 그리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부터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흔히 겪는 복통 체험 미션이 더해졌다. 배를 조이는 벨트로 복통을 체험하는 방식이었는데, 기본적으로 불편했다.

크론병 환자들은 관해 유지가 안 되어 활동기 때마다 환자들은 이런 고통을 매번 겪어야 하다니, 환자들의 낮은 삶의 질, 원활한 사회 생활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종종 혈변을 보는 크론병 환자의 고통을 간접 체험하기 위해 변기 속에 가짜 혈액을 푼 뒤 사진을 찍는 미션을 진행했다. 가짜 피인 것은 알지만 피를 본다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또한 미션 중에는 방향제를 옆에 두고 업무를 보라는 것도 있었는데 이는 크론병 환자들은 자기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란다.

화장실을 매번 가니 스스로 피해 의식이 생겨 자존감이 매우 낮아 질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피해야 하는 음식도 많았는데 유당을 포함한 제품, 밀가루 음식, 익히지 않은 야채와 과일, 버터 및 기름, 지방이 많은 고기를 피하란다. 고기를 먹지 말라니…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에게는 인생의 큰 즐거움인 식도락도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10~20대에 다발하여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오랜 기간 환자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까지 생각의 고리가 이어지니 관해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치료 목표인지 절감할 수 있었다.

◆증상 설명 실생활에서 유쾌하지 않아… 염증 상태 객관적 모니터링 필요

크론병 환자들이 흔히 겪는 일상이 역할극으로 진행되는 미션도 있었다. 첫 시나리오는 담당간호사와 전화상담을 하는 것이었는데, 간호사 역할의 전문 연기자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오늘 대변을 몇 번 봤는지, 대변의 점도는 어땠는지 등 적나라하게 물어봤다.

식사 상대가 이미 환자 체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오늘 대변은 몇 번 보셨나요? 점도는 묽었나요 아니면 굳었나요?” 이런 질문에 답변하기 약간은 민망했다. 그것도 식사 시간에.

의료진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증상 변화를 적극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은 TNF-α 억제제 같은 치료를 시작했을 때 치료 반응을 제때 살피고 염증 상태에 대한 객관적 모니터링을 통해 치료 실패 시 빠르게 치료제를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환자들이 병원 방문 시 증상을 충분히 상담하지 못하고, 대변검사나 내시경검사 하기를 꺼려하여 제때 치료제 교체를 못하기도 한다.

심지어 치료제 옵션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서 다음 치료 단계로 나가는 데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 때문에 혈액 및 대변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고 치료제 교체 6~9개월 뒤 대장내시경 또는 MRI 검사를 통해 장의 염증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치료 결과를 더 좋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의료진들은 조언한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절친한 친구의 해외결혼식을 크론병으로 인해 불참하는 상황이었다. 전문 연기자가 친구 역할을 하며 함께 결혼식에 참석하자고 설득해왔다.

하지만 크론병 환자는 한정된 기내식 메뉴, 여행에 필요한 백신 접종 시 면역체계 영향 등으로 장시간 비행하는 해외여행, 출장이 지극히 어렵다. 이를 친구에게 열심히 설명했지만 설득이 쉽지 않았다.

가상이지만 친구가 계속 같이 가자고 권하는데 거절해야 하니 미안하고 당황스러웠다. 결국 끝까지 거절하지 못하고 한번 더 생각해보겠다며 통화를 마쳤다. 크론병 환자들이 종종 직면하는 상황이 얼마나 당혹스러운지 체감할 수 있었다.

저녁 8시, ‘In Their Shoes’ 앱 개발에 동참한 14년차 크론병 환자의 메시지와 함께 프로그램이 종료됐다. 비록 가상 체험이고 진짜 환자들의 고통을 알기에는 부족했지만 나에게는 하루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염증성 장질환은 대부분 사회활동이 왕성한 10~40대 젊은 층에서 발병하는데, 완치가 어려워 평생 적극적으로 치료, 관리해야 한다.

물론 최근에는 TNF-α 억제제 외에도 항인테그린제제와 같은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어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장기 관해율이 올라가고 있는 점은 환자들에게 보다 좋은 소식인 것 같다.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 삶. 질병 특성으로 인해 소극적인 사회생활, 하루의 체험으로 크론병 환자들의 고통을 알 수 없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사회적으로 설득되고 포용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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