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한정협의체 존재 자체 부정…의료계 내부 합의 없는 협의 ‘어불성설’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가 비밀리에 의료일원화에 대해 협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의료계 내부적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의학과 한의학의 통합과 관련 의료계 내부적으로 합의를 이룬 바도 없는데 협의나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39대 추무진 회장의 불신임안이 올라왔던 사유 중 하나가 ‘의한방 일원화를 찬성한 회무 추진’이었던 만큼 또다시 일각에서 불만과 공세가 표출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복지부, 의협, 한의협이 참여하는 의한정협의체는 지난달 31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제7차 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의료일원화를 협의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다 현재 의협 시도의사회장단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의료일원화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어 사실상 의협 집행부가 의료일원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의협 집행부가 시도의사회장단과 대의원회 운영위에 공개한 회의 자료에는 ‘오는 2030년까지 의료일원화를 한다’, ‘사전에 면허통합과정을 거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과학적 검증 논의를 전제로 하지 않은 의한정협의체에 대해서 부정하고, 논의도 의미가 없다는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물론 최대집 의협회장도 당선 전부터 의료일원화의 전제조건으로 ‘한의대 폐지’를 내걸고, “한의사의 존속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 이를 떠나 우선적으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일원화 논의는 자칫 잘못하면 한의사들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의 빌미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며 “아직까지도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한방 치료를 학문적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료일원화 논의는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갑론을박이 치열한 사안이므로, 먼저 의료계 내부의 의견 수렴 및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어느 정도 결론이 도출이 된 이후에 정부나 한의계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방과의 일원화 논의는 아직까지도 의료계 내부에서 근본적인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법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상태”라며 “내부 의견도 정리가 되지 않은 사안을 의한정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즉 의한정협의체 비공개 회의에서 의협이 의사회원들에게 제대로 된 내용 공유 없이 의료일원화 논의한다면 그 목적과 결과에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애초부터 의한정협의체라는 논의기구가 설치된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의한정협의체는 발의되면 안 되는 한의사들에게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의 대안으로 만들어져 태생적인 문제가 있다”며 “잘못된 법안이면 국회 스스로 파기하면 되는데 논란과 파장이 커지니 책임 회피를 위해 엉뚱하게 협의체를 만든 꼴”이라고 피력했다.

협의체가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구성됐고, 사실상 협의할 내용도 없다는 것.

병원의사협의회는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무가 있어 국민들에게 행해지는 의료행위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검증과 관리도 포함돼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할 국가의 직무유기라고도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병원의사협의회는 “한방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 논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의한정협의체는 불필요하다”라며 “국가가 국민 건강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한의학의 과학적 검증 작업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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