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정현채 교수가 전하는 품위 있고 홀가분한 죽음 이야기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지만 두렵기 때문에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가운데 ‘죽음은 준비할 때 존엄하다’는 표현 아래 지난 2007년부터 대중을 상대로 죽음학 강의를 실시한 서울의대 정현채 교수의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가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종교인이나 철학자의 관점이 아니라 의사의 시각으로 죽음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연구의 권위자이자 대한소화기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한 정현채 교수는 집필 중 갑작스럽게 암 진단을 받고 두 차례의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음에도 이 책을 완성했다.

이는 죽음을 다루고 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깊이가 남다른 이유 중 하나이다.

정 교수는 이 책에서 가능한 일찍 죽음을 직시해 자신만의 죽음관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나름대로 훌륭한 삶을 살았다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등에 의지해 죽음을 맞이하거나 무의미한 연장을 하기 보다는 삶을 마무리 하는 준비를 하는 것이 더욱 가치 넘치는 일이라는게 정현채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정 교수는 암 치료를 하면서 연구실 자료를 학교에 기증하고, 원하는 이들에게 강의노트를 복사해주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직접 쓰고, 장례식에 쓸 음악을 고르는 등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정현채 교수의 오랜 연구와 경험적 추론에서 출발해 △죽음에 이르는 다양한 질병과 사망 원인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한 하임리히 요법과 심폐소생술의 발전 과정 △의료 기술의 발전 아래 현장에서 경험하는 죽음의 여러 모습 △근사체험이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 등이 담겨 있다.

아울러 이 책에서는 삶의 종말체험과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한 수많은 연구 사례와 고찰도 엿볼 수 있고 기존의 윤회론이 가진 문제점과 환생을 카르마에 관한 논의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특히 정현채 교수는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변화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안락사에 관한 세계적 논쟁, 자살에 대한 비판적 입장, 자신의 죽음 준비 과정 등을 이 책을 통해 설명한다.

△제목: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저자: 정현채
△출판사: 비아북
△출간일: 2018년 8월 24일
△가격: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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