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의학신문·일간보사] 정부는 최근 당·정·청 회의를 열고 원양어선, 교정시설, 군부대, 산간벽지 등에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의료법에 담기로 했다.

복지부는 지난 23일 “현행법에서 정한 대로 의사-의료인, 의료기관-의료기관의 원격 협진을 활성화하되, 예외적으로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도서·벽지 주민 등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의료법을 개정하기 위해 국회와 충분히 논의를 하고 기술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하여 몇 가지 고민해보아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지금까지 정부와 정치권은 끊임 없이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려고 시도해왔으나, 의료계는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원격의료 확대 문제에 대하여, 현재 읍면동리까지 공공 및 민간의료기관이 산재되어 있는 현실에서, 원격의료 관련 장비 도입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요구되는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정책을 밀어 붙이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환자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정부와 여당은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둘째,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한 원격진료는 대면 진료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져 오진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기에 의료계는 반대의 입장을 제시해왔다.

의료 사각지대의 환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자 이송 시스템의 도입, 올바른 의료 전달 체계 및 응급의료체계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원격의료의 확대 도입이 오히려 위중한 환자의 진료를 지연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원양어선, 교정시설, 군부대, 산간벽지 등의 환자는 과연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없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의학적 안전성·유효성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덜컥 허용하려고 하는 정부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울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 동안 원격의료 확대 정책에 대하여 “대기업과 재벌, 경제단체에 부응하여 원격의료를 강행하려 한다”며 과거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 등과 연관 지어 강력히 규탄해 왔는데, 어째서 갑자기 180도 입장을 바꾸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스럽다.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보다 차제에 왕진(往診)과 재택진료를 활성화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정부 여당에서 의사가 의료취약지 거주자 및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 등을 위해 왕진해 진료를 보면, 이에 해당하는 수가를 마련하는 국민건강보험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 취지는 현재 보행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환자, 의료취약지 거주자 또는 가족의 요청으로 의사가 왕진해 진료한 경우, 이에 소요되는 교통비 등의 비용은 환자가 부담하지만 그 외 별도 비용은 요양급여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방문 진료를 받는 환자는 한 달 평균 35만명 정도로 왕진 재택의료로 연간 입원 치료비 8조원을 절감하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에 향후 확대될 커뮤니티 케어를 위해서라도 왕진 방문의료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